[정구학 칼럼] 초보 권력의 난폭운전

2022. 7. 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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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학 편집국장

대한민국이란 차를 초보운전하는 윤석열 대통령. 운전면허(정치권 진입)를 따자마자 도로연수(국회의원, 시도지사 경험)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경험 80여일만에 난폭운전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인사 논란, 부인 논란 등 각종 시비에 "대통령은 처음 해봐서"라고 말했다. 초보운전이니 봐달라는 얘기다. 물 흐르듯 해야 하는 교통 흐름에서 초보운전자가 '어제 면허 땄어요'라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서행하면, 대부분은 초보운전 시절을 떠올려 이해한다.

초보운전자인 윤 대통령에 대해 국민 평가가 왜 야박할까? 베테랑 운전사인 YS와 DJ에 대해서도 취임초 밀월기간을 줬던 언론이 요즘은 초보운전자라고 해서 봐주지 않아서일까? 큰 사고 없이 조그만 접촉사고를 내고도 윤의 운전면허증엔 벌점이 쌓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모는 차엔 500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승객이 타고 있다. 도로엔 핵무기 매연을 뿜어대는 북한도 섞여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을 앞지르겠다는 대만도 보인다. 미, 중, 러, 일 국적의 덤프트럭만한 큰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다.

도로 한복판. 조수석의 '윤핵관'들은 서로 로얄석을 차지하려고 다툰다. 윤에게 운전면허증을 줬던 이준석 대표에겐 몇년전 비행(非行)을 문제삼아 하차하라고 했다. '내부 총질' 괘씸죄라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공공·재정·연금개혁 같은 종착역을 향해 갈 길은 구만리인데 핸들이 갈짓자로 흔들린다.

곡예운전을 바라보는 승객들은 조마조마하다. 애시당초 운전자 선발대회에서 화끈한 운전실력을 자랑하겠다는 이재명씨나 홍준표씨를 뽑았을 걸 하는 탄식까지 흘러나온다. 지지율 28%이 더 추락하면 운전수를 바꾸자는 말이 공론화할 수도 있다.

난폭운전의 원인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초보운전자를 검찰총장에서 1년도 안돼 대통령으로 초고속 발탁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권에서 저질렀던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같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칼잡이 윤'이 적임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국,추미애 같은 상관과 맞서 싸웠으니 믿음직스러웠다.

이런 기대를 안고 핸들을 잡은 드라이버는 도로(국회)에서 질주본능(감세 등 각종 개혁)을 발휘해 목적지(성장률)를 향해 액셀레이터를 밟고 싶다. 왠걸 거야(巨野)라는 교통경찰이 곳곳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도로엔 '복합 경제위기' 라는 안개가 자욱하다. 고물가로 생업에 힘든 승객은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지경이다.

이럴 때 운전자는 승객에게 교통경찰을 탓하기 보다 송구스러운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운전석(대통령실 출근)에 오르기 전의 도어 스테핑에서 말이다. TV 화면과 신문 사진에 실린 운전자의 태도는 좋게 말해 '소탈'이지, 승객에겐 오만하게 비춰진다.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총경 집단항명에 '쿠데타'라는 표현을 썼다. 옳고그름을 떠나 너무 나갔다. 정치판에서 오만은 금물이다. 과거 보수정권이, 바로 직전엔 좌파정권이 오만으로 맞서다가 심판을 당했다.

"대통령도 사람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 대통령과 권성동 의원간에 오간 '내부 총질' 문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홍 시장은 한때 윤 대통령 저격수로 불렸었다. 윤 대통령 주변에 예스맨만 넘친다고 한다.

대통령이 부처, 예수 같은 성인(聖人)이나 메시아(구세주), 초인(超人)이 될 수는 없다. 권력의 폭탄주인 오만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만을 깨우치는 최고 거울은 자신의 객관화다. 고대 민주주의 꽃을 피운 그리스는 마라톤전쟁에서 이긴 승자의 관점이 아닌, 패자인 페르시아인의 심정을 이해하는 비극을 감상하면서 성숙된 시민사회를 이뤄냈다. 오늘 여름휴가를 떠나는 윤 대통령과, 내홍을 겪는 집권 여당은 역지사지를 통해 자신들의 운전실력을 점검하라. 대한민국이란 차를 성숙한 사회로 이끄는 모범운전자가 되달라.

정구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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