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망가지기 전에 집권여당 지도부 쇄신을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원톱 체제가 사실상 와해되는 모양새다. 권 대행은 지난 주말 당 초선의원 그룹 30여 명이 연판장을 돌린 데 이어 배현진 의원이 같은 날 첫 번째로 최고위원 사퇴 카드 던지면서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31일 조수진 의원과 윤영석 의원 2명의 최고위원도 사퇴를 선언하고 나섰고 김태흠 충남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이 국민 지지를 다시 회복하려면 재창당 각오로 환골탈태 해야 한다"고 공세를 취하자 권 대행은 더는 버티지 못한 채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지 23일만에 '백기'를 드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대선과 지선을 이긴 집권여당이 비대위 체제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사정이 딱하기만 하다. 권 대행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당·정 관계에서 구심점 역할에 매진했으면 비대위 체제나 조기전당대회 등 얘기가 탄력을 받기 어려웠다. 지난 8일 '이준석 징계' 결정 후 당 소속 의원들이 권 대행 체제를 신속하게 추인하면서 힘을 실어준 것도 그래서였지만 기대치에 못 미친 권 대행이다. 그간 반복적인 말 실수로 사과를 세 차례나 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대통령과의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까지 노출되면서 당 안팎의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이 여파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지율은 20%대로 주저앉았고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 지지율도 민주당에 추월당하는 처지가 됐다. 이는 권 대행 체제의 실패를 방증한다고 봐야 하고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말고는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다 할 것이다. 권 대행이 비대위 체제라는 방향성에 대한 결심은 굳혔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다. 비대위 전환 요건에 대한 다툼이 예상되는 데다 사퇴파와 그렇지 않은 파로 갈린 최고위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녹록지 않은 권 대행의 과제다. 다시 우왕좌왕 행보를 보인다면 여당이 격랑에 빠지면서 제대로 망가지는 길로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이제라도 권 대행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때다. 빠르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비대위 전환 시기가 너무 늘어지지 않아야 한다. 특히 비대위원장의 경우 당내 '올드 보이'로는 곤란하며 파격에 가까운 인물을 물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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