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무상증자에 꼬이는 개미.. "급락 주의"

이윤희 2022. 7.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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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부진에도 줄줄이 상한가
주주들 무상배당에 '호재'로 인식
주가 싸보이는 '권리락' 착시도
실제론 기업가치 변동없어 유의
연합뉴스

올들어 부진한 주식시장에서도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이 줄줄이 상한가에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상증자는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주주들은 이를 호재로 인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코스닥 상장사인 비플라이소프트는 상한가까지 올랐다. 무상증자 발표이후 이날 권리락이 시행되며 발생한 착시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7월 13일 비플라이소프트는 보통주 1주당 신주 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권리락은 무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 것을 말한다. 기준일 이후에는 새 주주가 증자를 받을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 주식 기준가를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이는 늘어난 주식 수를 고려해 기존 주주와 새주주 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권리락 당일에는 무상증자로 늘어나는 신주의 비율만큼 주가가 내려가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듯한 착시효과가 발생,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몰리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사 모아데이타도 7월 5일 무상증자 발표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올랐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권리락 발생 전날인 지난달 18일 종가는 2만8250원를 기록했다. 보름여만에 81% 이상 급등한 것이다.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19일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모아데이타 주가는 기준가(4710원) 대비 1410원(29.94%) 상승한 612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 22일 케이옥션에는 67억5900만원의 개인 순매수세가 몰렸다. 6월 일평균 순매수액이 2억~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상증자 결정이 발표된 후 20배가 넘는 뭉칫돈이 몰려든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정기준일 기준으로 7월에 무상증자를 실시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12개사다. 앞서 언급된 비플라이소프트, 케이옥션, 모아데이타 외에도 조광ILI, 실리콘투,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무상증자가 통상 호재로 인식되는 이유는 첫째 기업이 무상으로 신주를 발행해 나눠주는 데다 권리락으로 주가가 싸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잉여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므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회계상 조정에 불과하다. 기업의 자본은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나뉘는데, 한쪽 주머니(잉여금)에 있던 돈이 다른 주머니(자본금)로 단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발행한 주식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상증자 전후 기업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본금이 실제로 증가하므로 같은 규모의 이익을 내도 무상증자 비율만큼 PER(주가수익비율)이 올라간다. 발행주식이 늘어나면 이익도 그만큼 나눠야 한다.

기업가치 상승과는 상관이 없는 만큼 중장기 주가부양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무상증자를 실시한한 기업들의 장기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대부분 다시 조정받은 경우가 많았다. 개인투자자들이 '무상증자 테마주' '무상증자 가능주' 등을 찾는 등 관심이 이어지자 금융당국도 말리기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상증자 비율이 높으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기업가치 변동이 없다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유보율(잉여금 합계를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 높다고 무상증자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며 기업의 선택에 따라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동안 무상증자 주식 수가 가장 많았던 노터스(6244만주)는 한때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3만7050원까지 올랐지만 6월 22일 신주 상장 후 7월 29일 현 주가는 7080원까지 급락했다. 권리락이 발생한 5월 31일 시초가(7730원)수준에도 못미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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