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최고 위험지역' 대만의 기회와 위험

한겨레 2022. 7.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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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지난해 10월10일 한 시민이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대만 국기를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동아시아 3대 화약고로 불려온 한반도·남중국해·대만해협 중 최근 대만해협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로 ‘지구 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주제로 대만을 다뤘고, 일본은 최근 2년간 방위백서에서 ‘대만 정세는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 안보에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대만 유사사태는 곧 일본의 유사사태”라고 말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만 방어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유럽연합(EU) 의회도 대만해협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대만 문제가 더욱 격화돼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명제가 국내외 언론과 대만 내 정치 공방의 주요 화두가 됐다.

이 문제에 관한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먼저, 2016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에 반대하는’ 민진당이 승리한 뒤, 양안관계는 얼어붙었다. 2020년 1월 민진당이 또 승리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자 중국 당국은 대만을 향해 “서양에 붙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염병을 빌미로 독립을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록 중국공산당 지도자의 대만 관련 담화는 여전히 “평화통일”이 중심이지만, 지난 몇년 동안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군함이 수시로 대만을 선회했고, 군용기는 해협의 중심선을 비행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상적으로 넘나드는 것은 중국 내부에서 지속해서 나오는 ‘대만 무력통일’ 주장과 맞물려 양안관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둘째,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대만해협 문제는 이제 더는 단순한 중국-대만 간 문제가 아니고,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과 미-중 전략의 일부이며, 중국의 총체적인 국가 안보와도 관련돼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뒤 ‘2개의 100주년’ 계획을 내놨는데, 첫 100주년은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고, 두번째 100주년은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다. 그 목표는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완성하는 것이다.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공산당이 두번째 ‘건국’ 100주년을 완성하는 주요 지표가 됐다. 시 주석은 “대만은 민족 부흥에 있어서의 위상과 역할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만 문제는 민족적 나약함과 혼란에서 비롯됐으며 민족 부흥으로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산당은 대만 문제를 국가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규정했고, 여기서 손을 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 3월부터 경제·무역, 기술, 전략 등에서 전면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고 심지어 ‘백신외교’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미-중 전략 경쟁에서 중요한 부분이자 전초기지이기 때문에,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대만 정책이 ‘외부 간섭 반대’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내용 대부분이 대만해협의 긴장에 대한 것이었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최근 아시아 순방에 대만이 포함될지도 미-중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대만은 강대국 간의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가 됐고, 대만해협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불린다. 이는 대만에 가장 좋은 상황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위험이기도 하다. 대만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대만 문제는 주권, 안보, 발전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돼 있다. 대만 문제는 가장 쉽게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신경으로,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매우 높다. 다른 한편으로 강대국의 경쟁 아래 다퉈지는 온갖 문제들은 각국의 이익을 위해 쉽게 교환될 수 있는 칩이기도 하다. 작은 나라로서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동맹의 딜레마’는 대만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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