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부자의 지지를 얻는 방법

한겨레 2022. 7.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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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가 지난 7월29일 개최한 당 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이재명·박용진·강훈식 후보(앞줄 왼쪽부터)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상읽기] 김공회 |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

주말 내내 이재명 의원의 발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난 29일 한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했던, 소득과 학력수준에 따른 정치 성향에 관한 발언 말이다. 해당 방송에서 그는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은 반면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 중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많다면서, 민주당이 “부자를 배제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향후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시사하는 것 같아 의미심장하다.

저소득층이 선거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는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계급배반 투표’는 상당 정도 통계적으로도 입증된 사실로, 오랫동안 정치경제학의 논의 대상이 돼왔다. 실제 지난 3월 대선 결과에 관한 한 분석에서는, 가구소득이 월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유권자의 61.3%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반면 월소득 600만원 이상에서는 이재명 의원에게 표를 줬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계급배반 투표를 문제 삼는 경우, 정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 곧 민주당의 경우엔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를 어떻게 되찾을지를 고민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고민은 다른 쪽에 있는 것 같다. 부자들이 표를 많이 주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위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전당대회를 한달도 안 남겨둔 시점에서 당권에 가장 가까운 후보가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민주당 강령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맥락에서 나온 언급이라니, 그 고민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정당이 더 다양한 계층을 품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당은 부자들에게 무엇을 주고서 지지를 얻을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자를 어떻게 ‘식별’하느냐에 따라 그들에게 줄 것이 무엇인지도 결정된다는 점이다. 부자를 그저 돈 많은 사람,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만 투철한 사람들로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그들에게 줄 것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내놓은 세법개정안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자도 다 같은 부자가 아니다.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 경제 전체의 발전 방향, 경제 이외의 영역에서의 다양한 가치관 등 세가지 측면에서 그들을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소득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고소득층 내에서 소득의 수준과 구성은 크게 차이가 난다. 노동연구원 홍민기 박사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최상위 10%와 1%의 소득 비중은 각각 49.4%, 14.9%로서 꼭대기로 갈수록 소득의 집중도가 높으며, 구성 면에서 보더라도 근로소득보다는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의 최상위 집중도가 훨씬 더 높다. 특히 금융소득의 경우 최상위 0.1%가 전체 금융소득의 30% 이상을 가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를 위한 정책’이란, ‘어떤 부자’를 상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둘째, 같은 부자라도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지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대기업 중심 발전체제를 옹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이나 다양한 혁신기업들의 역할에 더 많은 기대를 품는 사람도 많다. 승자독식 체제보다는 여럿이 함께 가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목소리도 절대 작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론은 그런 목소리들이 만들어낸 시도였다. 이 시도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그것이 그런 시도를 멈춰야 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

끝으로, 부자들은 다른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꼭 경제적 이해관계에만 반응하진 않는다. 양성평등, 생태적 지속가능성, 종교나 신념, 삶의 방식에서의 다양성과 같은 다양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보임으로써도 부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요컨대 부자를 ‘돈만 아는 저질’로만 표상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줄지를 고민한다면, 민주당은 더는 민주당이 아니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측면에서 명확한 노선을 확립함으로써 ‘남다른’ 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또한 당을 통해서 부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그것이 민주당이 부자의 지지를 얻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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