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취업문 점점 좁아지는데.. IT인재는 모셔가기 경쟁

강길홍 2022. 7.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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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일반은행 직원 1672명 줄어
디지털금융 전환·점포 감소 영향
공채 규모 연간 1000명 이하 그쳐
빅테크와 경쟁에 IT 인력은 채용

은행권 채용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일반은행은 수년째 직원 수가 즐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신입공채는 늘리지 않고 오히려 감소세다. 디지털금융 전환에 따른 인력 재편과 점포 통폐합이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채는 반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일반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7만70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만8757명에서 3개월 만에 1672명(2.1%) 줄었다. 은행 임직원 수의 감소폭은 해마다 커진다. 지난 2018년 8만2739명에 달했던 일반은행 임직원 수는 2019년 8만2645명으로 94명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2020년에는 8만1135명으로 1510명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무려 2378명이 감소했다.

인터넷은행의 신규 등장으로 은행 수는 오히려 늘어났는데도 직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시중은행 점포수 감소의 영향이 크다. 국내 일반은행의 점포 수는 2017년 4925개, 2018년 4883개, 2019년 4838개, 2020년 4555개, 2021년 4229개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4119개로 줄었다. 점포 수 감소에 따라 인력 확충의 필요성도 사라지는 셈이다.

국내 은행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인력감축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수는 1995년 말과 비교하면 20% 이상 줄어든 규모다. 특히 전체 임직원 수가 감소하는 것과 달리 책임자 수는 증가하는 항아리형 형태의 인력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 구조는 은행의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신규 채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이에 따라 과거 2000~3000명에 달했던 공채 규모는 최근 10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주요 은행 신규 채용은 632명에 불과했다. 경력 채용 직원도 182명에 그쳤다. 지난해 1년 동안 5대 은행 채용 규모는 1667명으로 이중 신입 공채는 1248명, 경력직 채용이 419명이었다. 은행권 신규 채용 규모는 2018년 3474명, 2019년 2669명, 2020년 1449명으로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권은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상시채용을 늘리며 필요한 분야의 인력만 늘리고 있다. 특히 IT 인력 채용에 적극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테크·인터넷은행 등과 경쟁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IT인력은 계속해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IT인력을 확보하려는 은행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정기 공채를 줄인 또다른 원인으론 2017년 불거진 채용비리 논란이 꼽힌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된 채용비리 논란으로 은행장은 물론 그룹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기소됐고, 재판에 시달리게 된 은행들의 채용도 움츠러들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채용비리와 관련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의 회장이 지난 6월 30일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고, 앞서 지난 3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4년 가까운 재판 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 회장의 무죄 확정에 따라 함 회장 역시 무죄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채용비리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들 은행은 다소 적극적인 채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7일 신한금융그룹 창립 40주년을 맞아 향후 5년간 청년 7000명을 직접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다양한 취·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1675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 24~25일 금융권 57개 기관이 참여하는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람회에는 은행 11곳, 보험사 11곳, 증권사 7곳, 카드사 8곳, 금융공기업 14곳, 금융권협회 6곳이 참여한다. 2017년 시작된 이 행사는 3년 만인 올해 대면행사로 개최돼 현장면접, 면접체험 등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박람회에 앞서 지난 6월부터 채용박람회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신입 공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시 채용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 구직자들은 채용박람회나 채용연계형 인턴 프로그램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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