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전셋값 1억5000만원 올려달래요"..세입자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

박상길 2022. 7.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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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모(43)씨는 최근 집주인이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1억5000만원을 올리겠다고 통보해 월세 전환을 고민 중이다. 1억5000만원을 월세로 돌리면 월 45만∼50만원은 가처분 소득이 줄어 대출 이자보다는 싼 편이고 금리와 달리 2년간은 월세가 확정 금액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시행된 이후 2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19% 오르는 동안 월세는 28% 뛰었다. 이 기간 전세 거래는 4% 가까이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는 46% 증가해 전세의 월세화가 두드러졌다.

31일 연합뉴스가 부동산R114와 함께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토대로 임대차2법 시행 직전의 전월세 거래량과 거래가격을 비교한 결과 2020년 상반기 8만4595건이던 수도권 아파트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거래량은 올해 상반기 12만3621건으로 46.1% 증가했다.

반면 전세 신고 건수는 같은 기간 18만1614건에서 17만5107건으로 3.6% 줄었다. 작년 6월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최근 1년간 신고 건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서도 월세 거래량은 급증하고, 전세 건수는 되레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높아진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월세 이자율보다 시중은행 대출 이자가 높아지면서 월세 전환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은 2020년 상반기 2만8011건이던 월세 거래가 올해 상반기 4만4312건으로 58.2%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전세 거래량은 6%(6만9155건→6만5027건) 감소했다. 인천은 2년 새 월세 거래량이 8085건에서 1만5713건으로 무려 2배 가까이(94.3%)로 늘었고, 경기는 4만8499건에서 6만3596건으로 31.1% 증가했다.

최근 2년간 임대차2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경우 전월세 인상률이 5%로 제한됐지만, 이를 포함한 전체적인 평균 임대료 인상률은 가팔랐다.

수도권 세입자들이 부담한 월세는 2020년 상반기 평균 91만9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117만6000원으로 26만원(28.1%) 늘었다. 이는 보증금에 연 4.1%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 월세로 환산해 산출한 결과로, 같은 기간 전셋값(보증금)이 평균 3억3715만원에서 4억171만원으로 19.1% 오른 것보다 상승폭이 큰 것이다.

서울은 환산 월세 기준 2년 전 평균 139만9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평균 171만8000원으로 22.8% 올랐다. 또 인천은 2년 전 62만5000원에서 84만3000원으로 35%, 경기는 약 69만원에서 88만1000원으로 27.7% 늘어나 서울보다는 경기·인천의 월세 증가폭이 컸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보증금을 제외하고 세입자가 실제로 부담한 월세액은 평균 72만8000원으로 2년 전(평균 57만6000원)보다 26.3% 증가했고 이 기간 서울은 81만2000원에서 98만6000원으로 21.5% 늘었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51.6%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당초 임대차2법 시행으로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물건에 대해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려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8월 전세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월세 시장에 임차인을 찾는 물건이 늘고 있지만 2년 전보다 전셋값이 급등한데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크게 뛰면서 주거지나 주택형 상향을 희망하는 이주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커졌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싼 전세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전세 난민'은 늘어나는 분위기다.

임대차2법 시행으로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갈등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154건이던 계약갱신 및 종료에 관한 분쟁 조정 건수는 지난해 307건으로 2배 늘었고 올해 상반기도 작년 못지않은 132건이 접수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맞서는 과정 등에서 분쟁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인상률 5% 제한)를 피하기 위한 편법 계약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의 전세 3억원짜리 빌라 집주인이 보증금을 5% 밖에 올리지 못하니 보증금은 5% 이하로 인상하는 대신 10만원도 안 하던 관리비를 70만원으로 올린 경우도 있다.

국토부와 법무부는 이에 따라 임대차법 손질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얼마나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2법의 부작용이 크지만 이미 시행 2년이 지난 상황이라 당장 제도를 폐지하거나 중지하면 또 다른 혼란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폐지든 보완이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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