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투자냐, 대륙 시장이냐..미-중 사이에 선 국내 반도체 기업들

이정훈 2022. 7.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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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반도체 협력체제 '칩4 동맹' 참여 여부와 미국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규제 가시화, 미국 의회의 '반도체 및 과학법' 가결 등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교·안보 문제까지 걸쳐 있어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을 놓칠 수도, 향후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선 미국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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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에 장비 수출 금지 공문
삼성·SK 중국 공장 타격 가능성
중국은 전 세계 수요 절반 차지
업계 차원 해법 찾기 쉽지 않아
조 바이든(왼쪽 스크린)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주도 반도체 협력체제 ‘칩4 동맹’ 참여 여부와 미국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규제 가시화, 미국 의회의 ‘반도체 및 과학법’ 가결 등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이란 ‘현재’와 반도체 투자 확대 및 기술 개발이란 ‘미래’를 모두 놓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3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미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에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과 일본 니콘 등에도 같은 요청을 한 바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가 가시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 하원을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에도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업체들은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특정 국가에서는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을 위한 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대중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첨단 반도체’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앞으로 20년 동안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곳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도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 29조원 규모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쑤저우에서 낸드플래시를,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우시·충칭·다롄 등에서 디(D)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은 미국이 요청한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 참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업계 쪽에서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교·안보 문제까지 걸쳐 있어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을 놓칠 수도, 향후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선 미국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칩4 동맹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게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좀 더 디테일이 갖춰지면 정부나 다른 곳에서 이 문제들을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기업 차원의 이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외교라인은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제라인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은 “칩4 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반도체 장비·소재를 공급 받기 힘들다”며 “동맹에 가입하되, 중국 내 우리 기업 공장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소재를 들여올 수 있도록 (협상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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