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도'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 합의..한국에도 참여 압박

김소연 2022. 7. 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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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미·일반도체 협력 가속화]

미 의회 '칩과 과학법' 통과시키고
생산시설 등 보조금 68조원 지급
일, 10년간 예산 9조9000억원 투입
미, 중국 견제할 '칩4 동맹' 구체화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
유사시 반도체 조달 막힐 것 우려
외부로 제조시설 빼내겠다는 속내
미·일 외교·경제장관은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첫 경제정책협의위원회(경제판 ‘2+2’)를 열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등 전략적 부문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 왼쪽부터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일본 정부가 새 연구조직을 만들어 양자컴퓨터 등에 사용하는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며 한국과 대만에도 참여를 요구했다. 미 의회는 이에 앞서 자국에 투자하는 두 나라 반도체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 지원과 세액 공제를 해주기 위한 ‘칩과 과학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한국에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협력체인 ‘칩4 동맹’(한·미·일·대만)의 구체적 내용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일 외교·경제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첫 경제정책협의위원회(경제판 ‘2+2’ 회의)를 열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등 전략적 부문의 공급망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전략적 부분들, 특히 △반도체 △전지 △중요 광물에 대한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증진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세계 1위와 3위 경제 대국으로서 질서에 기반한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일이 두 나라가 협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은 것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는 경제와 국가안보의 핵심축이다. 첨단 반도체 협력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며 “양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요한 기술에 대한 특정 국가의 의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도 “일·미는 반도체의 연구개발, 인재 육성, 공급망 강화 등에서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회담 다음날인 지난 30일 자료를 내어 새 연구개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문부과학성을 비롯한 관계 부처나 산업계 등과 논의하면서 상세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개발 조직엔 일본에선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이화학연구소 등 국책연구기관과 국립대학이 다수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도 설비와 전문가 등을 보내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미·일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은 10년 동안 연구개발비로 1조엔(약 9조8000억원)을 예정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이와 별도로 구마모토현에 투자를 결정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를 위해 초기 설비 투자액의 86억달러(약 1조1000억엔)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최대 4760억엔을 보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도 27일에 상원, 28일엔 하원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의 신설과 확대 등에 527억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칩과 과학’ 법안이 통과됐다.

미·일이 연구개발에 나서는 것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폭이 2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반도체다. 반도체는 회로 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좋고, 전력 소비도 적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미국이 설계와 개발 분야에 앞서 있고, 일본은 제조장치·소재에 강하다. 생산능력(제조)은 대만이 1위를 달리고, 한국이 뒤를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시(IC)인사이츠 자료를 보면, 휴대전화 등에 사용하는 10나노 미만의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대만이 62.8%, 한국이 37.2%로 조사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미는 (중국에 의한) 대만 유사시 반도체 조달이 막힐 것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며 “양국이 서로 보완해 첨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티에스엠시의 제조시설을 지정학적으로 위태로운 대만에서 밖으로 빼내겠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최첨단 기술 공동개발 △투자 유치를 위한 재정 지원 등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 도전이 성공하려면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새 연구조직에 대해 “국외 기업이나 연구기관에도 열려 있다. 미·일, 나아가 우호국의 협력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정부가 “대만 외에 한국도 포함해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지역의 기업에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자료를 보면,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은 대만 22%, 한국 21%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일본(15%), 중국(15%)에 이어 미국(12%)이 뒤를 따르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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