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대만 유사시 대비 반도체 개발 맞손..中 "日, 韓에 뒤쳐질 것"

정지우 2022. 7. 31.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미국과 일본 '경제 2+2' 회의 열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공동 연구센터 건립
- 중국 "일본은 무역을 무기화, 올해 한국에 4대 교역상대 자리 빼앗길 것"
미국과 일본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외무장관과 경제무역 담당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경제 2+2 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베이징·도쿄=정지우 조은효 특파원】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개발에 손을 잡기로 했다. 대만 유사시 반도체를 확보하면서 반도체 굴기를 외친 중국 견제 차원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에 4번째 무역 상대 지위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7월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상무·외교장관은 지난 29일 워싱턴DC에서 첫 ‘경제 2+2’ 회의를 열고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AI) 실용화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센터 건립에 합의했다.

일본 정부를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자국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화학연구소와 도쿄대 등이 참가하는 이 연구센터에서는 회로 선폭 2나노(㎚,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를 연구한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자국에서 양산을 시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2나노, 3나노 등의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 규격을 가리킨다.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5일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미일 공동 연구개발은 대만의 유사시를 대비한 성격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10나노 미만인 첨단 제품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등 대만 업체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고 미일은 판단했다. 따라서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대만 의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만 유사시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사실상 의미한다.

일본은 또 TSMC의 구마모토 공장 건설 투자비의 절반 정도인 4760억 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는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 최대 929억 엔(약 89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미국 하원 역시 지난 28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800억 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반도체법을 처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개발, 일본은 제조 장치와 재료에 강점이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 보완해 첨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반도체는 미국의 제재로 제품과 장비 공급이 막히고 기술마저 차단되자, ‘자력갱생’ 또는 ‘굴기’를 외친 대표적인 분야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1~2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통해 3429억 위안(약 66조원)의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했다. 이 돈은 반도체 생산, 설계, 패키징·테스트, 설비·재료, 소재·부품·장비 등 업체에 투입됐다.

중국은 기술이 막힌 최첨단 반도체 대신 구형 중저가 분야 공략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구형인 28나도 공정 반도체의 경우 2030년까지 수요가 281억 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정보기술(IT)산업 컨설팅업체 IBS는 2025년까지 28나노 칩의 40%가 중국에서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기준 세계 28나노 반도체 생산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5%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0일 ‘경제 2+2’와 관련해 자국 분석가들을 인용, “일본은 무역을 무기화하고 한국은 기업간 거래를 유지하려고 하는 등 중국과 공급망 협력에서 서로 다른 경로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올해 아세안, 유럽연합(EU), 미국에 이어 중국의 4번째 교역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도 지난 28일 아세안+3(일본·중국·한국) 생산 및 공급망 협력포럼 영상 연설에서 위험을 피하고 지역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공급망의 원활한 운영에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