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미래는 성장기업에 달려있다

한겨레 2022. 7. 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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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1993~1994년이다.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개방된 직후인데 '블루칩'이란 이름으로 업종 대표주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포스코 주가가 76만원까지 상승하고 화학, 조선 등 대규모 장치 기업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게 이때다.

대기업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박해지면서 주가의 고점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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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이종우의 흐름읽기]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 대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때가 두 번 있었다.

첫번째는 1993~1994년이다.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개방된 직후인데 ‘블루칩’이란 이름으로 업종 대표주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에스케이(SK)텔레콤이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가 액면가 5천원 기준으로 10만원을 처음 넘었다. 반도체와 대중국 투자로 기업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지만, 외국인이 업종 대표주를 매수하면서 가치가 재조명받은 영향도 컸다.

또 한번은 2005~2010년이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자본재 수요가 늘어났다. 중국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놓기 위해서인데,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던 한국 대기업이 혜택을 봤다. 포스코 주가가 76만원까지 상승하고 화학, 조선 등 대규모 장치 기업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게 이때다.

그리고 세상이 변했다.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거기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팔아 큰 돈을 버는 회사가 주목받던 시대가 지나갔다. 대신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 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다. 그 때문에 대기업은 과거보다 많은 이익을 내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형태가 됐다.

포스코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에 포스코가 6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고 이익 덕분에 주가가 76만원까지 상승했다. 2018년에 5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해 2008년에 못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주가는 40만원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는 더하다. 포스코 역사상 최대인 9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35만원을 잠깐 넘는데 그쳤다. 대기업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박해지면서 주가의 고점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주가가 과거 고점을 회복하려면 더 많은 이익을 내야 한다.

종목에 따라 시장지수가 달라지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된다. 금융위기 발생 직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70 부근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해 최고 4800까지 상승했다. 지금도 4000 부근에 있으니까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고점에 비해 150% 정도 오른 셈이 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80에서 2400까지 15% 오르는데 그쳤다. 영국은 7.4% 밖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은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세계 경제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반면, 한국과 영국은 과거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차이다.

한국 시장의 미래는 네이버와 셀트리온처럼 새로 성장하는 기업이 재벌의 영향력 약화 부분을 메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게 가능하면 코스피가 상승하지만, 영향력 약화를 메우지 못하면 주가가 정체되거나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많은 재벌 기업의 주식은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샀다가, 가격이 높아지면 파는 매매를 할 수 밖에 없다. 주식 투자의 최종 성패는 기업 선택에 달려있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려면 재벌 기업의 영향력을 대신할 기업이 계속 나와야 한다. 그게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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