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경쟁 과열에 보육 공백..내 아이는 학교 늦게 보낼 것"

최예린 2022. 7. 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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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경기 양주시에 사는 워킹맘 한모씨(35)는 "맞벌이 가정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전쟁 시작"이라며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처럼 '학원 뺑뺑이'를 시키기에도 어린 나이라 다른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부부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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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년 일찍 초등입학' 추진에
"학생 수 급증"..학부모 반발
"워킹맘 퇴사 시기 앞당길 수도"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학생 수가 많아지며 입시 경쟁이 과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 입장에선 육아의 고비로 꼽는 초등학교 입학이 앞당겨지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선 “학제 개편이 이뤄져도 내 아이는 무조건 입학을 유예시키겠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31일 통계청의 출생아 수 통계에 따르면 학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2025학년도 취학 대상은 2018년생 32만6822명과 2019년 1∼3월생 8만3030명을 합친 40만9852명이다. 같은 해에 2학년이 되는 2017년생(35만7771명)보다 5만2000명 많다. 2026학년도는 36만 명, 2027학년도는 33만 명 수준이다. 많은 인원이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 세대는 진학, 대학입시, 취업에서 더 심한 경쟁을 겪어야 한다.

보육 공백이 앞당겨지는 점도 맞벌이 부부들에게 고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가장 어려운 시기로 꼽힌다. 학교 정규 수업은 낮 12시면 끝나는데, 오후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킹맘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가장 많이 퇴사를 고민한다. 2019년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을 둔 워킹맘의 39.8%는 퇴사 고민 시점으로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꼽았다.

경기 양주시에 사는 워킹맘 한모씨(35)는 “맞벌이 가정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전쟁 시작”이라며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처럼 ‘학원 뺑뺑이’를 시키기에도 어린 나이라 다른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부부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바뀌어도 우리 아이는 입학을 유예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만 5세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광진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모씨(28)는 “지금 1학년 아이들도 교실에 40분 앉아 있는 걸 힘들어한다”며 “놀이 중심인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시스템과 규칙에 적응해야 하는 학교생활에 만 5세가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부모들은 조기 입학보다 소규모 맞춤교육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정책을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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