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투척 논란' 김용진 경기도부지사 사퇴..'사흘' 최단명 부지사로 기록

오상도 2022. 7. 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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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투척’ 논란을 빚은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31일 사퇴했다. 지난 27일 만찬에서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를 향해 술잔을 던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나흘만이며, 부지사에 임명된 된 지 사흘만이다.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 경기도 제공
◆ ‘역대 최단명 정무부지사’ 기록…김동연 지사 결단한 듯

역대 최단명(短命) 정무직 부지사로 기록된 그는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오늘 경제부지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지방자치 영역에서만큼은 정치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현장 중심의 생활정치를 해보고 싶었지만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짧았지만 지방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김동연 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장한 ‘정치교체’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절감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부지사는 “오늘 저의 사임이 각자의 입장을 모두 내려놓고 도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도민의 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저의 임명에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들, 도의회와 도의 공직자분들, 그리고 믿고 맡겨주셨던 김동연 지사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흘간의 경제부지사직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가 추구하는 정치교체가 경기도에서부터 싹틔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며 “조금의 불미스러움도 모두 저의 책임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선 8기 경기도가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고 또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지사는 취임 하루 전인 지난 27일 밤 경기도의원들과 가진 저녁 식사자리에서 술잔을 던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경기 용인의 한 소갈비집 별실에서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과 함께 셋이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다가 맞은 편에 앉아 있던 곽 대표 방향으로 술잔을 투척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곽 대표의 주장에 따라 김 부지사에게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당시 회동은 김 부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도의회 원 구성과 도 집행부·도의회 간 협치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8석씩 의석을 양분하며 ‘개점휴업’ 상태인 도의회를 정상화하려던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졌으며, 격분한 김 부지사가 술잔을 던져 곽 대표 앞에 놓여 있던 접시가 깨져 파편이 튀었다는 게 곽 대표 측 주장이다.

◆ 사퇴서 작성은 발표 하루 전…긴 내부 논의 있었던 듯

이번 논란은 김 부지사가 술잔이 아닌 숟가락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는 남 대표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면이 전환되는 듯했다. 김 부지사의 행동이 도의회를 무시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 대표의원을 향해 고의로 던졌다는 앞선 주장과 달랐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술잔 투척 논란이 불거진 뒤 이틀만인 지난 29일 김 부지사의 행동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 부지사가 술잔을 곽 대표를 향해 던진 건 아니고 수저로 테이블을 내리쳤고 젓가락이 튀어 올랐다”며 “테이블에 있던 술잔이 충격으로 튀며 접시에 맞았는지 모르겠고 (이때) 접시가 깨졌는지 모르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술잔이 아니라 수저였고, 곽 대표를 향해 던진 건 절대 아니다”라는 김 부지사 측 해명과 일치하는 것이다.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제공
하지만 술잔 투척 논란 이후 후폭풍에 휘말리며 민선 8기 도정은 사실상 멈춰 섰다. ‘협치’를 내세워 도정을 풀어가려던 김동연 지사의 계획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남 대표는 같은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지사가 재발 방지 대책과 의회 경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건을 일단락 짓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또 이 논란과 별개로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가되, 도의회 국민의힘이 이를 빌미로 정쟁의 주도권을 쥐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8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 안건을 처리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그동안 도의회 국민의힘은 김 부지사를 파면하지 않으면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경기도의회는 전국의 광역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원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 격랑에 빠진 도정…‘솔로몬의 지혜’는?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달 22일 경기도상인연합회 등이 도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경안 신속 처리를 요구했고,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등이 주축이 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26일 도의원들의 의정비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지역 정가에선 김동연 지사만이 사태를 풀 열쇠를 쥐었다고 본다. 그는 논란 직후 최측근인 김 부지사로부터 20분가량 상황을 직접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김동연 지사는 최근 민주당 중앙당과 중진들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이 사활을 걸고 대표 선출 등 현안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대치 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도의회 여야가 책임 돌리기를 벗어날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된다”고 지적해왔고, 이날 김 부지사의 사퇴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김 부지사의 입장문은 작성일자가 ‘30일’로 돼 있다. 도 집행부 내부에서 숙의 끝에 사퇴를 승인했고, 전날 입장문 작성을 마친 채 이날 오후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지사는 30년 넘게 경제 관료로 일한 재정 전문가다. 1961년생으로 198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과 차관을 거쳐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김동연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김동연 지사가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일할 때 기재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김동연 후보 캠프에 비서실장으로 합류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경기도의회 제공
앞서 김동연 지사는 의회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지사직 신설을 위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를 공포했는데, 표면상 도의회가 대치국면으로 접어드는 단초가 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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