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펠로시 결국 대만 갈까..중국군 "전투 대비"경고
美·中 군사적 긴장 고조
美중간선거·中당대회 앞두고
양국 관계 중대 분수령 될듯
美, 中반도체 견제수위 높여
알리바바 뉴욕증시 퇴출 위기
펠로시 의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의회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일정은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방문이다. 그는 최대 관심사인 대만 방문 가능성에 대해 "보안상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 확인을 거부했다.
그는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포함해 소규모 의원 대표단과 함께 이날 오후 아시아를 향해 출발했다.
공식적으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정이지만 이미 미국 정부는 사전 준비에 나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도발에 대비하고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기, 선박, 헬리콥터, 감시자산 등을 동원하는 비상 안전조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펠로시 의장은 미군 항공기를 타고 대만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은 국가 지도부, 국방부, 외교부, 관영매체 등이 모두 동원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저지에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 2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펠로시 의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대만행 추진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국방부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 미국을 겨냥해서 썼던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외교부는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거나 "중국인은 한다면 한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인민해방군도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잇달아 '전투대비(備戰)'라는 문구를 올렸다. 인민해방군 공보 담당 조직 공식 계정은 지난 30일 올린 창군 95주년 관련 영상에서 "중국 군대는 언제나 전투에 대비한다. 싸울 수 있는 자가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위챗 계정을 통해 7월 하순 "연전연승, 언제나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9일 열린 한 포럼에서 "우리가 (대만 방문을)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발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 문장은 1979년 중국·베트남전쟁 때 인민일보가 사용한 표현이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한때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렸던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중국 군용기를 대만 상공에 투입해야 한다거나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를 향해 경고탄을 발사해야 한다는 경고성 글을 올렸다.
베이징 주변에서는 공산당이 올가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확정할 당대회를 앞두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막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행을 포기할 경우 시 주석의 지도력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쉽게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행을 포기하면 중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이슈 외에도 양국 간 갈등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근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최근 2주 사이에 램리서치, KLA 등 미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 업체에 보냈다. 앞서 미국은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에도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9일 알리바바 등 중국 4개 업체를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추가했다. SEC는 2020년 통과된 외국기업책임법(HFCAA)을 근거로 미 증시에서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명단을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 3월 5개 업체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159곳을 잠재적 퇴출 명단에 올렸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의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슈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각자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화해무드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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