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길 올라..대만 방문 여부는 언급 안해
스위스 기관 "중, 대만 침공 시 제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31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에 나섰다. 그는 출발 사실을 직접 알리면서도 미·중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자신의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항공기 중간 급유를 위해 하와이를 들렀다면서 순방 대상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4개국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연일 경고를 내보이고 있다. 선진커(申進科) 중국 공군 대변인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조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는 것은 인민해방군 공군의 신성한 사명”이라며 “공군 전투기는 조국의 보물섬을 돌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을 향상했다” 고 밝혔다. 대만을 ‘조국의 보물섬’이라 표현했다. 중국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은 일제히 전투태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인민해방군은 30일 대만섬에서 120km 떨어진 푸젠(福建)성 핑탄(平灣) 군도 인근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고 거칠게 경고했다.
포털사이트와 관영매체도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중국 포털 바이두는 30일 오전 한때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았을 때 중국군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시나리오를 소개한 글을 첫 화면 주요 이슈 항목에 게시했다. 대표적 관변 언론인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전날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중국 군용기를 대만 상공에 투입하는 방안에서부터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를 향한 경고탄에 나아가 ‘미사일 발사 권한’까지 거론했다.
중국 네티즌이 이 같은 글과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펠로시’는 31일 오전 웨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하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펠로시가 대만에 온다면 중국군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는 해시태그도 이어졌다.
이 정도면 중국이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 ‘마지노선’을 쳤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면 중국이 행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과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 29일자에 실린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너무 위험하다”는 제목의 공동기고문에서 “단 하나의 불똥도 이렇게 가연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위기를 점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 제재를 시행하는 스위스 기관인 스위스경제개발사무국(SECO)의 이네헨 플라이쉬는 스위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스위스가 유럽연합(EU)과 협력해 중국에 제재를 가할 것이며 수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가해진 것보다 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방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방위상과 의원단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사후에도 일본의 초당적 대만 지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고 타이페이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 정치권 내에서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국무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는 트위터로 “낸시, 내가 함께 가겠다. 난 중국에서 입국금지를 당했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대만에서는 아니다. 거기에서 보자”고 밝혔다. 릭 라르센 민주당 하원의원은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로부터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단념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펠로시 의장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CNN에 말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에 따르면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작성한 항해 계획에서 미국 해군이 중국군의 위협에 맞서 2045년까지 함정을 500척 이상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 기간 내내 미·중간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29일 출국을 앞두고 실시한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만 방문 여부를 묻는 말에 “보안상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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