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학제개편안 논란.."영유아 선행학습 열풍 일어날 것"우려

2022. 7. 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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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5세로?..비판 여론 뚫고 국회 통과할 수 있을까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교육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시경쟁과 사교육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교육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겨 교육과 돌봄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취학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사회적 양극화의 가장 초기 원인은 교육격차"라며 "잘 사는 집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없겠지만 중산층 이하로 내려오면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여러 가지 차별이 있을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시작이 요람에서부터 의무교육까지라고 한다면 조금 더 앞당겨서 공교육 체제 내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시민단체 "영유아 선행학습 열풍 일어날 것" 우려

정부는 의무교육인 공교육 편입 시기를 1년 앞당겨 학생들의 교육격차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시민단체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유아기부터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다음달 1일 반대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만 5세 초등조기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13개 교육 시민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연대'를 결성하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은 "학부모들이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을 본격적인 학습의 시기로 인지해 조기 취학에 대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더 이른 시기인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해 과잉 사교육 열풍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 이상 어른들의 논리로 인해 영유아 시기에 오롯이 누려야 할 행복과 놀이를 잃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영유아가 중심이 되는 '영유아가 행복한 보육·교육체계'가 무엇인지를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지금 우리 영유아에게 필요한 것은 만5세 조기취학이 아닌, 자유로운 놀이가 보장되는 질 높은 유아보육·교육"이라고 말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청소년들을 직업 전선에 1년이라도 빨리 내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장과 기업의 가치에 매몰된 국정운영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령별 발달과정에 맞지 않는 교육 환경과 이에 적응하지 못해 받게 될 아이들의 교육적 부작용,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고 반문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교사노조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폭적인 교사 수급, 막대한 재정 투입 등이 필요하며 이해관계 충돌 등 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학제 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 수급의 대폭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도 "초등학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체계가 유치원에 비해 미흡하다"며 "초등학교에 돌봄 기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준비 없이 급하게 초등학교에서 떠넘기듯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제 개편, 비판 여론 뚫고 국회 통과할 수 있을까

학제 개편 최종 방안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마련하게 할 계획이다. 현행법에 따라 국가교육위는 학제 개편 방안을 10년 주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통해 확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한 대국민 토론회와 공청회, 전문가 의견수렴과 관계기관 협의, 조정을 국가교육위가 맡게 된다.

박 장관은 "올해 말 대국민 설문조사를 해 내년 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 방안을 확정해 2025년부터 입학시키겠다는 생각"이라며 "2024년에는 이를 수용한 교육청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제 개편을 위해서는 취학 의무 연령을 정한 현행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 비판 여론을 뚫고 입학연령을 낮춘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지난 노무현·박근혜 정부 당시도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이 제안됐으나, 사회적 우려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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