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하원의장 대만행 함구한 채 아시아로 출발..중국은 부글

최현준 2022. 7.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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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방문 여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아
중국군 실탄 사격 훈련하며 무력시위
후시진 "펠로시 탄 항공기 격추해도 돼" 막말
미국 내에서도 찬반 양론 대립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AF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히지 않은 채 아시아 순방길에 나섰다. 그의 대만 방문 가능성을 경계해 중국군은 무력시위에 나섰고, 미국 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과 그레고리 미크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하원의원 6명은 29일 오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아시아 4개국 순방길에 나섰다.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아시아 국가로 가기 전 31일 하와이에서 급유했다. 펠로시 의장은 하와이에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지도부와 만나고 진주만을 방문했다”고 밝혔다고 하원의장실이 이날 전했다. 아시아 방문지 중 대만이 포함될지 여부는 펠로시 의장이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만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저는 제 여행에 대해 언제나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안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만 말했다. 미 <엔비시>(NBC) 방송은 펠로시 의장의 일정표에 대만이 ‘잠정적’이라고 표시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30일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 푸젠성 핑탄해사국은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핑탄섬 부근 수역 4개 지점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모든 선박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훈련 수역은 대만 북부 신주현과 126㎞ 거리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중국 공군의 선진커 대변인도 3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는 것은 인민해방군 공군의 신성한 사명”이라며 “공군의 다양한 전투기는 조국의 보물섬을 돌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을 향상했다”고 말했다. 중국 일부에서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의미심장하다. 29일 거친 말로 유명한 국수주의적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미군 전투기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에스코트할 경우 그것은 침략이므로 중국군은 펠로시가 탄 비행기와 미군 전투기를 강제로 쫓아낼 권리가 있다”며 “우리 전투기가 방해 수단을 다 썼음에도 효과가 없을 때는 펠로시가 탄 항공기를 격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트위터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부대표는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발언에서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관련 국가가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불장난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 28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그의 대만 방문 움직임에 대해 찬반론이 대립하고 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자신에게 대만 방문 동행 의사를 타진했으나 일정 때문에 고사했다고 밝힌 하원 외교위원회의 마이클 매콜 공화당 간사는 “어떤 의원이라도 (대만에) 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 억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과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9일치 <뉴욕 타임스>에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너무 위험하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를 실었다. 이들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충돌 가능성이 계속 높아진 상황이라며 “단 하나의 불똥도 이렇게 가연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위기를 점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그의 대만 방문을 지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로 “낸시, 내가 함께 가겠다. 난 중국에서 입국금지를 당했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대만에서는 아니다. 거기에서 보자”고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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