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맨의 드럼 소리엔 국경이 없죠"
1991년부터 3500만 관객모아
성인·아이 모두 즐길 수 있어
역사상 가장 성공한 비언어극
파이프 등 일상 물건 두드리며
흔한 타악기로 문화 차이 극복
BTS 음악 등 가미해 차별화도
1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들은 7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투어를 연다. 무언극이었다가, 코미디가 되고, 콘서트나 서커스처럼 관객까지 소리를 지르게 되는 다양한 순간들을 만나다 보면 90분의 공연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이 공연의 뮤직 디렉터(음악감독)를 맡은 바이런 에스텝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쇼는 특정 문화에 의존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배경이나 언어의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자신들의 쇼를 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음악과 기구, 캐릭터 등 쇼의 틀은 같지만 매일매일 달라지는 관객들에 따라서 블루맨과 뮤지션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반응하며 즐기는 식으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문화적 국경도, 언어의 장벽도 없는 쇼라는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어른 외에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쇼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블루맨 그룹의 공연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객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에스텝은 "블루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아이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 시리얼 박스를 집어 든 뒤 조금 맛보는 게 어른이라면 블루맨이나 아이들은 얼굴에 부어버리는 식으로 접근하며 사람들과 세상을 배운다"며 "시작할 때는 어른들을 위해 만든 쇼였지만 아이들도 좋아하게 만든 것이 오랜 시간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3명의 블루맨 외에 추가된 여성 '음악가'라는 캐릭터다. 온몸을 파랗게 칠하진 않았지만 파란 머리로 등장해 음악 전반을 관장하는 캐릭터로 한국 공연에서 첫선을 보였다. '엘리제를 위하여'나 BTS의 '다이너마이트'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악을 추가한 것도 미소가 나오는 포인트다.
물론 일관성을 유지하며 변화도 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에스텝의 고민에서 블루맨 그룹의 독특한 음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배관에 주로 사용되는 PVC 파이프 등 일상의 물건을 악기 삼아 연주하고, 심지어 페인트를 부은 드럼까지 치면서 공연 내내 이어지는 음악은 공연의 핵심이다.
그는 유독 타악기의 비중이 높은 이유를 두고 "가죽이나 나무, 돌로 악기를 만들던 고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존재하는 악기가 바로 타악기"라며 "키보드를 연주하거나 기타를 치는 것보다도 큰 북을 치는 게 보기에 눈에 더 잘 들어오고, 반응도 강하게 온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악기가 아니라 하나하나 새로 만든 뒤 연습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다. 에스텝 역시 "심지어 드럼도 페인트를 뿌려도 소리에 문제가 없게 하나하나 다 주문 제작한 것이고 악기별로 새로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기존에 없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수고"라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음악은 쇼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에스텝은 "계속 음악이 나오긴 하지만 그 역시 이야기, 코미디처럼 전체 쇼의 일부에 불과하다. 블루맨 캐릭터들과 관객들이 호흡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음악이 그걸 도울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니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블루맨 그룹 공연에 가게 된다면 아이처럼 즐기면 되는 일이다. 앞쪽 자리로 간다면 나눠주는 우비를 입고 물을 맞는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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