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파업 때 경찰특공대 투입 준비..경찰특공대 집회·시위 '불개입 원칙' 바뀌나
경찰 "현장 시너 있어 구조 목적..진압 검토 아냐"
경찰이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조 파업 때 경찰특공대 투입을 준비한 것을 놓고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3년 전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태 등을 반성하며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터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조 파업 당시 경남 거제시를 관할하는 경남경찰청은 경찰특공대 투입을 준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1일 “관할 특공대는 현장에 불이 나면 인명구조 목적 등으로 준비를 시켜 놓은 상태였다”면서 “현장에 시너가 65ℓ가 있었는데, 불이 나면 특공대가 구조 업무를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진압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원들이 파업현장 투입에 대비해 ‘진압복 정비’를 지시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장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우조선해양 파업 경비대책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장은 “사실과 다르다”고만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는 애초부터 투입 계획이 없었다. 경찰청에서 지시한 적이 없다”며 “부대 자체적으로는 준비를 하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19년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담아 ‘경찰 특공대 운영규칙’을 개정했다. ‘대테러 업무’라는 경찰특공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취지이다.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경찰특공대 투입으로 사상자를 낸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운영규칙 개정 이후 경찰특공대 임무에서 집회·시위 진압 업무가 제외됐다. 경찰특공대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 역시 이전보다 훨씬 세세하게 규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개정된 규칙은 총기·폭발물 등이 사용되거나 시설 점거 등 일반 경찰력으로는 제지·진압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특공대 투입을 허가하도록 규정한다. 시·도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특공대 투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조 파업의 경우 ‘시설 점거’와 ‘위험물 사용’이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특공대 투입 요건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상민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반 경찰력으로 제지나 진압이 현저히 곤란한, 전형적으로 이와 같은(대우조선해양 파업) 경우 (특공대를) 투입할 수 있도록 지휘(운영)규칙에 돼 있다”고 했다.
반면 2019년 운영규칙 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이 장관의 해석이 규칙 개정 취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 소속으로 특공대에 ‘임무 조정’을 권고했던 A씨는 통화에서 “특공대는 작전을 하는 부대이니 특수 목적이 아니라면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하지 말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랑희 경찰개혁네트워크 활동가는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특공대 투입을 검토했다는 것은 향후 정부가 집회·시위나 파업 현장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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