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물길' 막은 여주시..해외 지자체와 너무 달랐네

이승훈 2022. 7. 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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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지자체가 공급용수 협상
삼성 파운드리 공장 전격 유치
대만, 가뭄에 물 부족해지자
농민 설득해 기업에 우선 공급
日선 지자체간 물 분쟁 빚자
광역 지자체가 중재로 해결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갈 공업용수 공급 협상이 취수원이 있는 경기도 여주시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이 바뀐 여주시는 전임 시장이 합의한 보상 방안을 뒤집은 뒤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공업용수 공급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대승적으로 양보하거나 중앙정부와 상위 지자체가 중재 역할을 맡음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전력과 용수 공급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했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24시간 내내 가동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해줄 전력과 용수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삼성도 지역 선정에서 인센티브 혜택을 중요하게 봤지만, 이보다 더 고심한 부분은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이었다. 지난해 텍사스 대규모 정전으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한동안 멈춰서는 사태도 영향을 줬다.

삼성의 이런 고민을 눈치챈 테일러시 윌리엄슨카운티는 지난해 인근에 있는 마일럼카운티에서 물을 끌고 오는 협상을 직접 주도해 타결을 봤다. 결국 삼성은 윌리엄슨카운티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삼성 공장 유치로 윌리엄슨카운티뿐 아니라 마일럼카운티를 포함해 테일러시 전역에서 1800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상위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반도체 공장의 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2년 전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인 키옥시아가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지만, 공업용수 문제가 난관으로 떠올랐다. 이때 이와테현은 수원이 위치한 모리오카시와 기타카미시 간 물 사용권 계약 체결을 중재했다. 이를 통해 기타카미시는 모리오카시로부터 하루 약 6만5000t의 물 사용권을 확보해 키옥시아가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이와테현은 키옥시아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자체 예산 176억엔(약 1720억원)을 들여 정수장 정비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대만은 산업단지에 용수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본적으로 무상 지원한다. 이 때문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용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공장을 밤낮없이 가동 중이다. 특히 지난해 대만이 기록적인 가뭄을 기록했을 때에도 TSMC를 포함한 반도체 기업들은 정상 가동이 가능했다. 대만 정부가 공장 인근 지역 농민들을 직접 설득해 농업용수를 TSMC에 우선 공급하도록 한 것이다. 유럽연합(EU)회원국 중에서도 헝가리 정부가 공장 유치를 위한 용수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의 유럽 배터리 3공장을 유치하며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원금 약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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