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마르고 의구심 커진 尹..확 바뀌어야 지지율 반등한다 [스페셜 리포트]

이상훈 2022. 7. 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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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위기 ◆

이쯤 되면 확실히 정권의 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에 관해 요즘 종종 들리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되는 게 목표였지 그 뒤엔 뭘 할지 계획이 없었던 것 같다." 서늘함이 담긴 비판이다. 또 있다. "임기가 2개월 조금 더 지났는데 마치 임기가 2개월 조금 더 남은 정권 같다." 피로감이 있다는 거다. 취임한 날로부터 따져보니 겨우 80여 일 지났을 뿐인데.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이 '용궁'으로 불리고 있다. 정치권 사람들이나 공무원들, 기자들도 흔히 이렇게 칭한다. '용산에 자리한 대통령궁'을 줄인 말이라고 하는데, 어감이 영 좋지 않다. 왕조시대 '그들만의 공간인' 궁전을 연상시킨다. 왠지 냉소적이고 희화화된 듯하다. 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의혹을 꼬집으며 '용궁'이란 표현을 공식회의에서 사용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6월 대통령실 명칭을 '용궁'으로 하면 어떠냐는 국민의힘 지도부 한 명의 제안에 윤 대통령이 "궁이 들어가면 다 중국집 이름 같다"고 말하며 함께 웃었던 일이 있었다.

비판과 냉소, 피로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요즘 윤 대통령 지지율(국정운영 긍정 평가)이다. 거의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30%대 초반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20%대로 더 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취임 당시에는 50%를 훌쩍 넘었는데 2개월여 만에 25%포인트나 빠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 연령층, 전 지역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특히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두드러지게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이 포함된 20대 연령층의 지지율은 20%에 불과하다. 취임 직후만 해도 20대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폭락이다. 또 70%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냈던 대구·경북(TK)에서도 이제 50%를 밑돈다.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30%대마저 무너진 28%(한국갤럽 7월 4주 조사)다.

짧은 기간에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진 경우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다. 취임 석 달 만에 20%대로 추락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당시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이 불러온 '촛불 시위'의 충격이 가장 큰 이유였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촛불 시위와 같은 명확하고 뚜렷한 악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지율 하락이 더 가파르다. '어퍼컷' 한 방이 아니라 정신없이 쏟아진 '잽'에 지지율이 무너진 셈이다. 한 방 맞은 어퍼컷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잽은 차곡차곡 쌓인 탓에 골병을 들게 한다. 회복도 더디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

논란인데 "적법 절차"란 해명 반복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진 이유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원인을 꼽으면 첫째가 인사 문제다. 검찰 편중 인사, 논란 인물 인사 강행을 말한다. 요즘엔 친인척, 지인 등 사적 채용 논란까지 더해졌다. 그다음 원인은 경험·자질 부족, 경제·민생 소홀, 독단적 태도, 소통 미흡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좀 막연하다. 국민의 눈에 비친 구체적인 모습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에 "과거(문재인 정부)엔 민변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고 법조인이 정부에 많이 진출하는 게 "법치국가"라고 규정했다. 논란이 되는 인물에 대해서도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또 연이은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졌지만 대통령실은 "공정 채용, 적법 절차"라는 말만 반복했다. 야당이 '용궁'이란 냉소적 표현을 끄집어낸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소통을 위한 '야심작'인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선 매우 직설적이고 어찌 보면 감정적인 말들이 쏟아졌다.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고 이를 대통령실과 각 부처가 해명하고 추가 설명을 내놓는 일이 반복됐다. 또 인사 실패 지적에 "다른 정권 때와 비교해보라"며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고, 장관의 정책 발표를 다음날 대통령이 부인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도어스테핑에 대해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만 하니까 국민이 실망하고,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니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유능'이란 측면에서도 갸우뚱하게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라며 강한 질책성 지시를 하자 교육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15만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한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이미 작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10년간 3만6000명을 육성한다고 했다. 1년 사이 정부가 바뀌었고 목표 인력이 4배가 커졌다. 어리둥절하다. 정말 가능한 걸까. 졸속이란 의문을 낳는다.

게다가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어느덧 국민이 뒤에서 수군덕거리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무속 논란, 지인 동행, 사적 보좌·채용 논란 등이다. 국내외 정치사를 잘 아는 인사들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역술인을 자주 만났다는 소문)를 떠올린다. 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주요 사안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짐)를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행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라고 했다. 대통령의 화법이라고 하기엔 난감하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른바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를 주고받았다. 언론이 사진으로 포착한 '사적 뒷담화'인 셈인데, 이준석 당대표의 직무정지와 관련해 온갖 추측과 음습한 상상을 자극했다. 여권은 뒤숭숭하다. 여론조사에선 문자 파문이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새롭게 등장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도 하락의 이유로 꼽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가 지날수록 하락하기 마련이다. 지지율은 단순히 대중의 일시적인 인기도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시각이 있지만 천만에다. 지지율은 '신뢰 포인트'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높은 신뢰 포인트를 갖고 출발한다. 일단 믿고 기대하는 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대통령으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 포인트가 조금씩 차감된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는 게 이익을 보면 사람을 만들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도 만든다. 늘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태도를 놓고도 환호하는 사람이 있지만 혹평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니 일을 하면 할수록, 많은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불만과 반대를 가진 사람,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는다. 지지율이란 신뢰 포인트가 깎여 나간다. 그래서 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하향 곡선을 그린다. 어쩔 수 없는, 대통령의 숙명이다. 높은 지지율은 신뢰와 기대가 높음을, 낮은 지지율은 신뢰가 말라가고 의구심이 커졌음을 뜻한다.

낮은 지지율은 국정에 '비극' 초래해

낮은 지지율이 비극인 것은 단순히 인기 없는 대통령 정도로 끝나지 않고 국정 자체에 심대한 영향과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정치권엔 '난제는 임기 초에 다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저항이 거센 정책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 추진할 힘이 강한 임기 초에 해내야 한다는 거다. 특정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높은 지지율, 그래서 국민 전반의 신뢰도가 높은 대통령에게는 일단 수용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100% 수긍하지는 않아도 저항보다는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높은 지지율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국회 연설에서 3대 개혁, 즉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관해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3대 개혁은) 국민이 정부에 명령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금 개혁에 대해 권성동 대행은 지난 21일 "여야의 협치를 넘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3대 개혁은 첨예한 이해가 갈리는 난제다. 특히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이 골자일 수밖에 없는 연금 개혁은 필요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연금 중에 공무원연금만 일부 손질했는데도 큰 진통이 있었다.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라서 난제 해결의 적기다. 현실적으로 당장 선거가 없으니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지율에 문제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줄었고 의구심은 커졌다. 능력과 자질에 대한 의구심, 비전에 대한 의구심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를 넘고 있다. 긍정 평가의 두 배에 이른다. 뭘 해도 여론이 곱게 보지 않을 공산이 커졌고 정부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래서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3대 개혁을 끌고 가기 난망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열성적 보수 지지자도 있지만 '모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정에서 찍었다는 유권자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그만큼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 실제로 대선도 가까스로 당선됐다. 약간의 실수에도 여론이 냉혹하게 평가할 거란 건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잇단 논란이 불거졌고 취약한 지지 기반마저 더 축소되고 있다. 개혁 자체를 착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열심히 노력"만으론 안 된다

의구심을 가라앉히고 다시 신뢰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저 '열심'만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변했다, 달라졌다는 신호를 분명히 줘야 한다.

우선 30%대로 주저앉은 지지율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임기를 보장받은 자리여서 직접적인 책임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통령 비서실장 이하 참모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밖에 없다. 특히 여론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정무와 홍보 참모, 그리고 인사 분야 참모에 대해 책임을 묻고 보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통령 배우자와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 국회가 먼저 후보를 추천해야 임명할 수 있다고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이 여당에 서둘러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야당으로선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특별감찰관을 임명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들의 적극적인 브리핑은 좋은 모습이다. 모든 것을 윤 대통령이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인 참모·장관에게 현안을 설명할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도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당과의 협조다. 나라 전체에선 윤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이지만 국회에선 압도적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최고 권력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소수파일 뿐이다. 개혁과 정책에는 법률 개정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법률 통과 자체가 야당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게 현실이다. 야당 탓만 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되레 우월주의, 오만에 빠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가. 손을 내밀고 부탁해야 한다. 국민과 민생을 위해서다. 야당 지도부와 자주 접촉해야 한다. 야당과 소통해 협조를 구하는 것은 야당과 책임을 나눈다는 의미도 된다. 만약 야당이 거부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여론이 판단할 거다. 야당은 머쓱해지고 대통령은 지지를 받을 거다.

마지막으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란 말이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들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인식 자체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을 뺀 나머지 권력자의 힘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거다. 대통령이 마음먹고 조치를 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검사 윤석열'을 국민들이 다시 떠올린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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