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인천 미추홀구 가사간병 지원사업 돌연 중단

이승욱 2022. 7. 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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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집에서 만난 60대 ㄱ씨.

ㄱ씨의 가족은 "이번달 중순에 미추홀구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며 "동생은 약을 안 먹으면 한쪽 팔이 심하게 떨린다. 동생이 그 소식을 듣고 벌써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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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예측 실패' 구청은 예산 깎고
시의원은 선거 운동..추경 기회 놓쳐
중증 장애인 가족 등 '발 동동'
간병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0년 정도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해왔는데 갑자기 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29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집에서 만난 60대 ㄱ씨.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뇌병변 장애 등 여러 장애를 진단받아 병원에 약을 타러 가는게 고역이다. ㄱ씨가 지난 10년동안 미추홀구의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을 신청해온 이유다. 이 사업으로 ㄱ씨는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에 3번, 한 달에 24시간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ㄱ씨는 다음 달부터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ㄱ씨의 가족은 “이번달 중순에 미추홀구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며 “동생은 약을 안 먹으면 한쪽 팔이 심하게 떨린다. 동생이 그 소식을 듣고 벌써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에서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 이용자 대부분에게 사업 중단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만 65세 미만, 중위소득 70% 이하 계층 중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애인 등이 가사간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 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1년마다 재심사를 거쳐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 미추홀구가 이 사업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2억6777만원으로, 88명이 가사간병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미추홀구는 지난 18일 사업 대상자 62명(장기 미이용자 26명 제외) 중 1년 넘게 서비스를 이용해온 55명에게 이번달 말까지만 가사간병 지원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예산이 거의 바닥났다는 이유다. 미추홀구의 예산 집행률은 지난 6월 기준 72%다.

사업 예산이 부족해진 것은 미추홀구의 수요 예측 실패 탓이 크다. 미추홀구의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비는 2020년 3억652만원, 2021년 2억8869만원, 올해 2억6777만원으로 계속 줄어왔다. 집행률이 낮아서 사업비를 계속 반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납액수는 2020년 대략 1억원에서 2021년 2천만원 정도로 줄었다. 사업 이용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미추홀구 복지정책과 쪽은 “사업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직전 3년 예산 집행률을 기준으로 예산이 편성되다 보니 올해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 예산이 추가로 감액됐다. 충분한 예산 확보를 하지 못한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미추홀구에 사업비를 추가 배정할 수 있었지만 지방선거와 겹치면서 추경예산 편성 자체도 늦어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시의원이 선거 운동을 해야 했다. 의회가 열리지 않아서 추경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미추홀구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을 안내했지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심사에만 한달이 걸리고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보다 대상자 선정이 까다롭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대상에 선정되는 것이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보다 더 어렵다. 보통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대상에서 떨어진 분들에게 가사간병 방문관리사 지원사업을 안내해준다”며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대상으로 뽑히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복지정책과 쪽은 “방문관리사 지원사업 연장이 어렵다고 안내한 구민들을 대상으로 대체 지원 사업이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인천시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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