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겪은 불공정 면접과 판박이.. 제도 방치 땐 비극 되풀이"
공기관 소수직렬 면접 본 A씨
"필기점수 낮은 3명 평정 우수로 합격"
"등급평정 개선" 요구에도 교육부 묵묵부답
“제가 면접을 치르며 겪은 불공정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감에 시달렸을 겁니다. 앞으로도 소수 직렬의 면접시험 때는 계속해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응답해야 할 문제입니다.”
31일 경남지역 한 공기관에서 일하는 A(43) 씨는 부산시교육청 면접의 불공정을 호소하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모(당시 18세) 군을 두고 이처럼 말했다. A 씨는 2016년 전북지역 한 공기관 사서직에 지원했다. 그를 포함한 8명이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면접을 거쳐 이 중 7명이 최종 합격할 예정이었다. 단 1명만이 탈락하는 시험에서 A 씨는 불합격 통지를 받아야 했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A 씨는 2002년 서울의 한 사서교육원을 졸업한 뒤 2006년까지 계약직 사서로 일했다. 자격과 경험에선 뒤질 게 없었다. 면접 평정에서 ‘미흡’을 받아 떨어졌을 리는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도 자신이 불합격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응시 기관은 A 씨가 면접 평정에서 ‘보통’을 받았다고 확인해줬다. A 씨보다 필기 점수가 낮은 이가 3명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결국 이들 3명이 평정에서 ‘우수’를 받아 합격했다는 말이 된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은 과반수의 면접관에게서 5개 면접 항목 모두를 ‘상’으로 평가받은 우수 등급자는 필기 점수와 상관없이 합격하도록 규정한다.
A 씨는 자신이 지원한 기관에 필기시험 응시자의 성적과 면접 결과, 면접시험 질문 등을 공개해 달라며 정보 공개 청구를 넣었다. 그러나 이 기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들어 시험에 관한 사항은 공개될 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에 부쳤다. 행정심판도 제기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응시 기관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불합격의 이유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시험 과정과 결과를 따져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에 A 씨는 괴로웠다. 이 군처럼 그 역시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다. 다행히 인기척에 놀라 달려온 아내 덕에 위기를 넘겼다. 2년 뒤 그는 경남에서 다시 한번 사서직에 도전해 합격했다.
A 씨는 “고인이 느꼈을 좌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망적인 감정에 시달리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거다”며 “면접 평정에서 ‘미흡’을 받으면 재면접을 치를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우리(‘보통’을 받은 응시생)에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미흡’ 등급을 받은 사람에 대해선 그 이유를 평가서에 기재하게 돼 있지만, ‘우수’ 등급자에겐 그런 규정이 없다. 그래서 사서직 같은 소수 직렬엔 ‘면접관 짬짬이’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A 씨의 지적처럼 부산시교육청 역시 소수 직렬의 면접시험 때 등급 평정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보고서를 받고도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만간 임용시험 관련 재발방지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교육부 등에 지방공무원 임용령 개정 요청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교육부에 보고한 ‘2021년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관련 조치사항’을 보면 면접시험 평정에서 ‘우수’ 등급을 줄 땐 그 구체적 이유를 쓰게 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 또는 필기성적이 1배수 내에 든 면접자는 면접에서 ‘보통’ 등급을 받아도 합격하게 하는 등 평정 등급과 합격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군은 지난해 7월 27일 시교육청 건축직 임용시험에 지원해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치른 면접시험을 통해 합격권에서 불합격권으로 순위가 바뀌며 최종 탈락했다. 이 군이 숨진 뒤 유족은 면접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1년가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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