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 다가올 50년] "록음악 알고보니 뇌 연구 산물..무한한 가능성 열린다"

이영애 기자 2022. 7. 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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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컨퍼런스..국내 뇌과학 전문가들 한 자리
 7월 28일 열린 최종현 학술원 과학혁신 컨퍼런스 ‘첨단과학, 다가올 50년’에서 강연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지난 28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유튜브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과학혁신 컨퍼런스'에서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뇌 과학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박홍근 미국 하버드 화학과 석좌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번째 세션에서는 뇌의 신비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최신 현황과 과제가 소개됐다.

천명우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이날 첫 번째 연사로 나서 '성과의 신경과학'이라는 주제로 최신 연구 기법인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에 대해 소개했다. 천 석좌교수는 "fMRI는 상황에 따라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라며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서 기숙사 배정 모자를 쓰면 그 사람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팀은 험자들에게 사람의 얼굴을 보도록 한 뒤 fMRI로 뇌 활동 패턴을 분석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다시 얼굴을 그리니 실제 실험자가 본 얼굴과 유사한 결과물을 얻었다. 천 석좌교수는 "성능이 발전된 fMRI를 이용하면 뇌 전체를 촬영해 그 사람만의 고유한 뇌 활동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는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문을 '정상과학'이라고 하는데 뇌과학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뇌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0년간 뇌과학 연구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했다며 뇌과학 연구의 역사를 하나씩 짚었다. 1850년대 개발된 뇌 절편을 써는 기계부터 현대 뇌과학 연구에 사용되는 침습법과 fMRI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이 석좌교수는 "뇌 연구를 위해 개발된 진공관이 음악 산업에도 혁명을 불렀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전자 기타의 소리를 듣기 위한 진공관 앰프, 전자 기타의 페달과 이펙터의 부품인 트랜지스터는 모두 뇌과학 연구 과정에서 개발된 것들이다. 뇌과학을 연구하다 록 음악이 시작된 셈이다.

28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과학혁신 컨퍼런스에서 천명우 예일대 심리학과 석좌교수,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교수가 최신 연구동향을 소개하고 있다(왼쪽부터). 최종현학술원 제공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AI와 뇌과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 번째 순서를 맡았다. 이 교수는 "현재 뇌 기능장애를 진단하는 방법이 질문지를 작성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뇌에서 곧장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알츠하이머성 질환 등 신경장애 치료가 응집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이유를 지적했다. 뇌 기능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질환을 유도한 쥐에서 단백질이 응집되는 현상이 뇌의 활성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머신러닝을 이용해 둘의 상관관계를 수치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미래 뇌 건강을 지키고 기능 장애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교수는 강연의 시작에 자신의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의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 명 중 한 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알츠하이머성 질환을 치료하려면 기억이 생성되는 과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의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뇌를 투명하게 만들어 형광현미경을 통해 내부 구조를 관찰하는 기법으로 연구한다"며 "기억의 기본 단위인 '엔그램'과 아무 관련 없다고 알려진 많은 뇌 영역이 실제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뇌를 지도화해 광범위한 신경장애에 대한 비밀을 풀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교수가 발표중인 모습이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참가자들은 앞으로 뇌과학 연구를 어떻게 이어나갈 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천 교수는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SF영화를 상당히 좋아한다”며 “영화에 나온 것들을 어떻게 실현할 지 생각하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대열 교수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등 철학적인 질문에 관심이 많다”며 “뇌의 어떤 영역이 우리 정신이나 마음에 기여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진형 교수는 “공학자 입장에서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의 뇌 기능을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광훈 교수는 “뉴런이 수천 개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의 뉴런을 행동을 예측하는 일도 어렵다”며 “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션에 참가한 연사들이 모여 앞으로 뇌과학 연구를 어떻게 이어나갈 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관련영상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컨퍼런스 바로가기 https://youtu.be/oXp97-4aNIc)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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