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DNSH 원칙과 택소노미

이준희 2022. 7. 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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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임팩트 관련 연구조사를 하는 기관 '트리플라잇'이 올 상반기 보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기사 1만4115개를 분석한 결과, ESG 테마 중 '환경' 관련 뉴스가 평균 40%로 가장 많았다. 상위 20개 키워드로는 '친환경' '기술' '위원회' '혁신' '강화' 등이 차지했다. 많은 기업이 친환경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거버넌스 강화 차원에서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는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EU는 지난 3월 엄격한 조건하에서 원전과 가스발전을 EU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했고, 7월에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게재하고, 내년 1월부터 적용키로 확정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원전 활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형 녹색분류체(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EU 택소노미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목록을 설정하는 분류시스템으로, EU가 지속가능한 투자를 확대하고 유럽 그린딜을 이행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기업, 투자자, 정책 입안자에게 경제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적절한 정의를 제공하며, 투자자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그린워싱으로부터 보호한다. 또 기업이 기후에 친화적이 되도록 돕고, 시장중심의 문제를 완화하고, 가장 필요한 곳으로 투자 이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 택소노미는 2020년 7월 EU가 공식 발효한 후 수차례 보완을 통해 분류기준을 다듬었다. 우리나라도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적지 않다 보니 EU 택소노미에 원전과 가스발전이 친환경 분류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기도 했다.

EU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항목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EU 택소노미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도록 적용하는 것이다. 원전을 비롯해 각 산업 분야가 택소노미에 포함되려면 EU가 정한 환경목표를 달성해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EU 택소노미 6대 환경목표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물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 등이다.

특히 우리는 EU 택소노미를 형성하는 핵심 원칙 'DNSH(Do No Significant Harm)'에 주목해야 한다. 작년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다른 환경 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음'이 확인돼야 한다는 'DNSH 원칙'을 채택하고 유럽 회원국에게 6대 환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실질적 DNSH 평가'를 하도록 체크리스트를 제공했다. DNSH 원칙은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에서도 강조하고 있는데, 투자자는 지속가능한 투자목표가 있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5단계 프로세스를 수행하도록 요구 받았다. 이중 3번째 단계가 각 금융상품이 환경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중대한 피해가 없는지 즉, 'DNSH 평가를 하고 중대한 피해를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프로세스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많은 기업은 EU 택소노미와 K-택소노미에 어느 요소가 포함되는지 또는 제외되는지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 분류체계가 갖고 있는 DNSH라는 핵심 원칙이다. 국가마다 보유하고 있거나 가용한 자원의 종류와 양이 다르다. 자연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유리한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분류체계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 각 국가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는 '중대한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DNSH 원칙을 지키고, 정부와 사회는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로 인해 6대 환경목표가 달성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분류체계 기준이 될 것이다. 국가와 기업은 환경에 중대한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기억하고 국가운영과 기업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것을 투자 기본원칙으로 삼는 투자자가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lab.sust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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