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시민기자'의 尹비판 블로그글, 국내서 '외신'으로 둔갑한 사연
崔, 오마이뉴스에 올해만 5건 尹비판글 기고
‘미국 유력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최근 국내 다수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해당 언론에 실린 것은 기사가 아닌 외부 기고문이었다. 기고자는 어느 한국계 미국인 교수였는데, 그는 올해만 5차례 오마이뉴스에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이른바 ‘시민 기자’였다.
지난 29일부터 일부 국내 매체가 ‘미국 언론들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주목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美 언론 尹지지율 추락 분석…”미국에 짐 됐다”> <“尹, 너무 빨리 미국에 짐 됐다”…지지율 급락 주목한 美언론> 등의 제목이었다.
사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미국에 짐이 됐다’는 취지의 글은 해당 미국 언론의 관점을 담은 사설이나 기사가 아닌 ‘외부 기고문’이었다. 하지만 이들 국내 매체는 기고자는 물론 기고문이란 사실 자체를 기사 전체를 통틀어 단 한번도 밝히지 않음으로써, 마치 ‘미 언론의 기사 또는 의견’으로 보이도록 기사를 썼다. 기고자는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일부 국내 매체는 ‘기고문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는’ 수준 넘어, 아예 ‘기사’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이들이 말한 ‘미 언론’은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해당 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기 없는 한국의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내셔널인터레스트 홈페이지에서 ‘잡지(Magazine)‘, ‘군사’, ‘경제’, ‘기술’ 등 정식 기사 코너가 아닌 ‘블로그’ 코너의 하위 게시판 ‘코리아 워치‘에 24일 올라왔다.
글에는 “윤 대통령이 27년간 범죄수사만 해서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윤 대통령에 대해 항의하면 정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져 진보 대통령이 한국의 백악관을 차지할 것” 등의 주장이 담겼다.
기고문은 ‘쿠데타’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군이 반란에 성공하면 관직에 있는 검사들이 군인으로 교체되고 군사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군사 독재정권을 지지할 것인지를 놓고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글의 필자는 한국계 미국인 최승환 일리노이주립대 정치학과 교수였다. 해당 코너 소개글의 ‘주요 필자(key authors)’ 예시에 최 교수는 나오지 않았고, 검색 가능한 최 교수 글은 총 2건이었다.
최 교수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외신 기고문으로 윤 당시 대선 후보를 비판한 적이 있다. 2월 9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전쟁을 발발하는 4대 위험요인으로 윤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 발언을 꼽은 것이다.
당시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TV토론에서 해당 기고문을 외신처럼 언급하며 윤 후보 공격에 활용했다. 이 당시 후보는 “’더힐’ 군사잡지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4가지 원인 중 하나가 윤석열이라고 한 것 봤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그 저자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얘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라며 “대선 토론에서 그런 분의 글을 인용한다는 게 참 어이없다”고 답했다.
최 교수의 글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매체도 있다. ‘오마이뉴스’다. 오마이뉴스에는 누구나 ‘시민기자’로 등록해 글을 쓸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최 교수는 올해만 5건의 글을 올렸다. 글의 제목은 <대통령 취임사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걱정스럽다><한동훈 검사 사직 글, 국민에 대한 협박인 세 가지 이유> <취임 1주일, 윤 대통령이 유리한 여론 만드는 비법>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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