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전망 '먹구름'..2분기 최대 실적 파운드리, 3년내 자생 도전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이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3년 내 투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정도의 '자생'을 선언해 눈길을 끈다.
31일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서 매출 28조5천억원, 영업이익 9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 2분기 회사의 전체 영업이익 14조1천억원 중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
삼성전자의 경영실적은 메모리 업황에 크게 좌우된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메모리 호황기였던 2017~2018년 2년 연속으로 연간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3개 지표에서 최대치를 경신했다. 메모리가 하락국면으로 접어든 2019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세계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일반 소비자들의 스마트폰과 PC 등 IT(정보기술) 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에는 이미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모바일을 비롯한 소비자 제품의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값이 오르고 또 다양한 거시경제 이슈가 있어서 소비자 제품에는 타격이 있었다"며 "특히 모바일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가 예상했던 수준을 밑돌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2분기 대비 각각 5~10%, 8~1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업황 등락에 크게 좌우되는 메모리 반도체 대신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나노미터) 첨단 공정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의 정상궤도 진입과 함께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공급량을 늘린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달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공정 1세대 파운드리 양산에도 돌입했다. 또한 삼성은 2024년 양산을 목표로 3나노 GAA 2세대 공정도 개발 중이며, 이미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힌 상태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1세대에 비해 면적, 성능, 젼력효율이 개선된 3나노 GAA 공정 2세대 반도체를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모바일 응용처에서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고, 다수의 HPC(고성능컴퓨팅) 고객과 수주 논의를 하고 있어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의 빠른 성장세를 기반으로 3년 내에 파운드리 사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산업은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와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필요한데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 부문은 기본적으로 메모리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활용하는 구조다.
강 부사장은 "중장기 시장 전망과 글로벌 고객사의 수요 등을 분석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현재 성장성이 계속되면 2025년에는 자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익성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의 TSMC를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TSMC가 53.6%였고, 삼성은 16.3%에 불과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칩과 과학법'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법은 반도체 제조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25%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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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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