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변수 97단일화 힘받을까..'원칙적 합의' 속 기싸움(종합)

어제 만찬회동서 "단일화 계속 노력" 필요성 공감했지만..디테일 싸움 예고
朴 "빠를수록 좋아" 姜 "정치공학적으론 안 돼"..단일화 시기 등 '동상이몽'
'對이재명' 노선 온도차..朴, '리스크' 적극 부각..姜 "그것만으론 못이겨"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이재명·강훈식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박형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 본선이 이재명·박용진·강훈식 후보의 3파전으로 확정된 가운데, 이번 레이스의 최대 변수인 박·강 후보의 단일화에 관심이 쏠린다.

3파전이 다시 1대1 양자대결 구도로 재편되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 불리는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게 비이재명계 측의 시각이다.

변화를 바라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부응하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단일화는 전대 판을 흔들 만한 '핫이슈'라는 것이다.

3강 대진표가 확정되기 전부터 이 후보를 꺾으려면 나머지 후보들의 단일화가 필수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컷오프(예비경선) 후 전화통화로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 두 후보는 지난 30일 만찬을 함께하며 단일화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단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원칙적 합의를 하면서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등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는 한편, 미래 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같은 모습에 일각에서는 조만간 '깜짝' 단일화 합의가 발표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설사 당장 단일후보를 정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시한을 정한 다음 '그 이전까지 단일화를 마친다'는 식의 합의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과는 반대로, 당내에서는 양측의 단일화 논의가 진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단 이번 전대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박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까지 치렀던 만큼 전대를 통해 대권 주자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하겠지만, 강 후보는 이번 지도부 도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며 "이런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과 별개로 단일화 방법론 등 각론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그간 쌓아놓은 인지도를 배경으로 단일화에 한층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원·대구·경북 당원을 대상으로 첫 당원투표를 하는 다음 달 3일 이전을 이상적인 단일화 시점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민심과 당심이 담기기만 하면 방식은 저에게 좀 불리하더라도 수용하겠다"며 "단일화는 권리당원 40%를 제외한 나머지 60%가 참여할 유인을 만들어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 후보는 같은 시각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만찬 회동은)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한다 는 의미로 읽어주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이 97세대에게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시간표까지 제시하며 단일화 속도전을 요구한 박 후보와는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다.

강 후보는 앞서서도 "제 비전을 말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박 후보가 제시한 시간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강 후보는 통화에서 "나는 무명에 가까운, 국민과 당원이 잠재력을 모르는 후보"라며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는 단순한 정치공학적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강 후보의 경우 자신의 이름이나 비전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단일화 없이 완주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확연하게 갈린다.

박 후보는 적극적으로 사법리스크를 전대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듯한 모습이다.

박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의 이 후보 주변 관련 수사에 대해 "부당한 정치 개입에 좌시하지 않겠다"면서도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리스크로 전환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당 지도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에서 "눈을 감는다고 현존하는 당의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나"라며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이 후보)에게 이 위기를 어떻게 회피할지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항상 비주류로 평가받으며 독자 노선을 걸어온 박 후보로서는 이번 기회에 '반명(反明)' 진영을 확고하게 구축하며 이 고문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 대선에서의 경쟁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반면 강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후보는 통화에서 "'사법 리스크'는 우리 당이 아닌 여당이 제기한 것"이라며 "이를 우리 당의 전대에 끌어들여 갑론을박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오늘은 사법리스크 말고 제 비전을 관심갖고 실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선 당시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하는 것은 강 후보로서는 자칫 '자기부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처럼 두 후보가 각기 다른 정치적 입지를 가진데다 '대(對) 이재명' 노선에서도 차이를 보여 단일화까지 가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난관을 뚫고 단일화에 합의하더라도 '방식'에 대해 의견을 좁히는 것 역시 쉽지 않아보인다.

인지도면에서 앞선 박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 후보의 경우 여기에 쉽게 동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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