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격 의식했나.. 밀착경호 받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4ㆍ25) 기념 열병식에 참가했던 평양 청년들을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및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을 뜻깊게 기념한 제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사진상에는 김 위원장 옆에서 경호하는 경호원들의 모습도 확인됐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 수위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북한 관영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김 위원장이 참가한 제8차 전국노병대회 행사 장면을 보면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 근접 거리에서 밀착 경호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호원들의 모습이 잘 포착되지 않았던 그간의 공개 활동 때와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 모인 6·25 전쟁 참전 노병들 앞을 손을 흔들며 지나갈 때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 4~5명이 경호에 나섰다.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경호했다.

이들은 모두 남색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고, 경호원을 상징하는 무선이어폰도 끼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김정은이 노병들과 손을 맞잡을 때도 옆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몰려들지 않게 하려고 김 위원장을 에워싸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안으로 들어왔을 때도 경호원 2~3명이 따라붙었다.

조선중앙TV 방송 화면에 국무위원회 경위국장으로 알려진 김철규의 모습이 잡힌 것으로 미뤄 그가 경호를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행사의 밀착 경호도 경위국 소속 경호원들이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김정은과 가족들의 경호 업무는 당 중앙위 호위처, 국무위 경위국, 호위국, 호위사령부 등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 때 경호원들의 밀착 경호를 받는 모습은 최근 몇 년 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5월 초 '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4·25)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을 당시 김정은은 도열한 청년들 앞을 혼자서 지나갔다.

그에 앞서 지난 4월 27일 열병식 참가자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당 간부들이 수행했을 뿐 경호원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정확히 1년 전인 제7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당시에도 근접 경호하는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에 대한 경호 수위가 강화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달 초 발생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 전직 해상자위대원 출신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쏜 사제 총에 맞고 목숨을 잃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근접 경호는 해외 방문을 제외하고 북한 내에서는 잘 보기 힘들었다"며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 조치를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