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폐기 호소' 재일동포 2세 피폭자 이종근씨 별세

재일동포 2세 피폭자인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종근씨가 30일 맹장암으로 일본 히로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 사진은 이씨가 지난해 8월 5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 앞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종근씨가 30일 맹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그는 재일동포 피폭자로서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경남 하동군에서 살다 일본으로 이주한 재일동포 2세인 이씨는 16세 때 히로시마에서 피폭됐다. 그는 생전 “8월 6일 오전 출근하기 위해 다리 위를 달려가던 도중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주변이 밝아지고 시 전체가 섬광으로 뒤덮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몸 전체에 화상을 입고, 수많은 시체가 강물에 떠다니는 참상도 목격했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피폭 경험이나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재일동포와 피폭자에 대한 이중 차별 때문이었다. 그러다 2012년 피폭자들이 세계를 돌며 자신들의 체험을 전하는 비정부기구(NGO) ‘피스보트’의 배에 탄 것을 계기로 본명을 밝히고 증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매년 히로시마 원폭 하루 전날인 8월 5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리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피폭자로서의 경험과 핵 폐기를 호소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강제 동원돼 히로시마의 군수 공장 등에서 일하다 피폭된 피해자를 5만 명, 이 중 사망자를 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