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관은 출장 중"..한동훈 되살린 공보규정 '해석 제각각'

김혜지 기자 2022. 7. 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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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지청 "전주지검에 문의".."깜깜이 수사 막자는 개정 취지 역행"
공보관 업무폰 수사관이 관리.."신속히 답변" 사흘째 묵묵부답
전주지방검찰청./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공보 규정이 강화돼 앞으로는 전주지검 전문공보관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9일 뉴스1이 '허위 학력 의혹'을 받는 최경식 남원시장의 검찰 송치 여부 등과 관련해 질문하자 전주지검 남원지청 공보 담당 검사가 답변한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윤승호 전 남원시장과 강동원 전 국회의원 등을 누르고 당선됐지만, '한양대 졸업' 여부를 두고 허위 학력 기재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상대 후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최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원에서는 최 시장의 중도 낙마 여부와 직결되는 '허위 학력 의혹' 수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이 사건을 관할하는 남원지청 측은 공보 규정을 내세워 전주지검에 답변을 떠넘겼다.

법무부는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금지했던 수사 책임자의 형사사건 직접 공보, 구두 설명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정작 지방검찰청과 지청마다 개정된 공보 규정을 제각각 다르게 해석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31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5일부터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규정은 조국 전 장관 재임 때인 2019년 12월 시행됐다.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이 취임한 지난 5월부터 개정을 검토해 왔다.

법무부는 "기존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공보 요건과 방식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 미흡하고, 오보 대응 미비로 수사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깜깜이 수사', '선택적 공보'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다.

원칙적으로 형사사건 공개를 금지하는 기조는 이어가지만, 공소제기 전에도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예외 규정도 생겼다. '정부 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나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 등이다.

형사사건을 공개할 때는 전문공보관이 자료를 배포하거나 이에 대한 질의 응답도 가능하다. 만약 사건 쟁점이 다수이거나 복잡할 경우 해당 사건의 차장검사(차장검사가 없는 지청의 경우 지청장 또는 부장검사)가 소속 검찰청장의 승인을 받아 구두로 형사사건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검찰과 언론의 티타임(비공개 정례 브리핑)도 되살아났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공보를 위해 보도자료 배포 외에 구두, 문자 메시지 등 소통 창구를 다양화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지검장과 지청장 등 검찰 간부가 대거 바뀐 데다 지청끼리도 세부 규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외려 법무부의 개정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대원 남원지청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지청 차원에서 편의상 언론 취재에 협조해 왔는데 이번에 와서 (개정된) 규정을 보니 문제가 있었다"며 "공보 규정에는 '지청에는 공보 권한이 없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대응을 할 수 있는 전문공보관은 전주지검에만 있기 때문에 이제는 원칙적으로 전주지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전주지검 남원지청 청사. ⓒ News1

반면 같은 전주지검 관할인 정읍지청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국원 정읍지청장은 "이의 제기 가능성이 우려되는 사건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공개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지청에서도 직접 언론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된 공보 규정에도 여전히 비현실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국 모든 지검이나 지청이 일관성 있게 공보 규정을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과거 공보 규정 중 '형사사건 담당 검사나 수사관은 개별적으로 공보를 할 수 없다'는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군산지청 공보 담당 검사는 "아직 개정된 공보 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지청장이나 전주지검 측에서 이와 관련한 별도 지침을 전달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청을 관할하는 지방검찰청이 지청이 수사하는 사건까지 맡을 경우 업무 과중은 물론 공보 시간이 지연돼 깜깜이 수사와 선택적 공보를 막기 위한 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피의자 권리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국민 알 권리를 앞세워 검찰이 입맛에 맞는 수사 정보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거나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 측은 "지청마다 공보 규정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지는 파악해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주지검 전문공보관은 최원석 부장검사가 맡고 있지만, 이른바 공보 전용 업무폰(휴대전화)은 공보관실 수사관이 관리하고 있다. 기자가 업무폰을 통해 취재 요청을 하면 수사관이 최 부장검사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최 부장검사가 이를 문홍성 검사장이나 황금천 차장검사에게 결재를 받아 수사관을 통해 언론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뉴스1은 공보 규정 등과 관련해 지난 29일 업무폰을 통해 문의했으나, 전주지검 측은 "전문공보관이 현재 출장 중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답변드리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이후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전주지검 측으로부터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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