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도 최고위원 사퇴..與, 비대위 체제 전환 본격화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도체제 변화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의원에 이어 조수진 의원이 31일 '윤핵관 2선 퇴진'을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권성동 대행체제에서 비대위 체제로의 신속한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물러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여당의 지도체제 전환은 이견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조 의원의 사퇴로 비대위 체제 전환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당 지지율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치적 명분'이 충분해졌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 체제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이 상황에서 지도부 재정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당을 위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체제 변화를 반대하는 측에선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만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내놨으나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의 해석은 다르다. 지도부 과반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궐선거 출마로 사퇴한 김재원 최고위원, 이미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배 의원과 조 의원을 제외하고 현재 당 지도부는 6명(이준석·권성동·정미경·김용태·윤영석·성일종)이다. 이 중 두 명이 더 사퇴하면 과반 이상의 사퇴가 되는데 윤 대통령이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실은 만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조만간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의 결단이 나오면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반대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당헌·당규상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권 원내대표의 결단 이후 과반수 사퇴가 현실화하면 비대위 체제 전환이 바로 가능하다. 당대표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차순위 책임자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것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주말 사이 '윤심이 기울었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본인의 의중을 어느 정도 전달한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내주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과정 밟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를 여는 등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제가 설령 힘이 부족해 부당한 압력과 강요에 밀려 떠내려갈지언정, 제가 믿고 있는 정치적 가치와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지는 않겠다"며 "밀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넘어질지언정 쓰러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을 돌며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도 자신의 지도체제가 붕괴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여권을 강력 비판했다. 당 안팎에선 비대위가 들어설 경우 사실상 이 대표의 6개월 뒤 복귀가 불가능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정 기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 후 차기 공천권을 쥘 새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
친윤계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는 게 당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내주부터 당내 인사들의 '비대위 촉구' 목소리가 폭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은 재창당의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은 지금 당장 모든 직을 내려놓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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