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으로 한동훈 장관 띄우기 보도의 위험성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인사이트, 위키트리 등의 언론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있다. 방식은 '띄워주기'이다. 장관의 정치적 행보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장관의 '인사 습관' 등이 보도된다. 기사 내용도 '엄청난 업무능력', '예의바른 에티튜드' 등의 것들이다.
다음은 한 장관이 취임한 이후 보도된 인사이트 기사 제목이다.
'줄서기' 관심없어 검사 시절 술자리도 안 갔던 한동훈이 윤석열은 따르게 된 진짜 이유 (5월 23일자 보도)
평생 초엘리트코스만 밟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공부'로 딱 한번 좌절한 순간 (5월 27일자 보도)
"제 차 문은 열고 닫지 말아주세요" 직원들에게 '의전 중단' 요청한 한동훈 장관 (6월 5일자 보도)
서울대 재학 중 사시 패스해 검사된 한동훈 몸에 평생 배어버린 인사 습관 (6월 10일자 보도)
법무부 직원들에게 '장관님' 대신 '장관'으로 부르라고 지시한 한동훈 (6월 14일자 보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FBI 인사검증 노하우 전수받으러 직접 미국 날아간다 (6월 22일자 보도)
아침 출근길에 한동훈 장관 손에서 포착된 '저지방 바나나 우유' (6월 24일자 보도)
한동훈 장관, 미 FBI 출장 앞두고 "일등석 예약하지 말라" 지시 (6월 25일자 보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제치고 여권 차기 대선후보 1등 차지 (7월 4일자 보도)
위키트리 또한 지난 5월 '한동훈 학창 시절 사진 화제… 어떤가요, 지금 모습과 많이 닮았나요?' 기사에서 “갸름한 얼굴에 단호한 눈매가 눈길을 끈다”, “한 후보자는 평소 깔끔한 성격답게 외향에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등의 보도를 전했다. 인사이트는 한 기자가 아닌 다수의 기자가 번갈아가며 한 장관 기사를 작성했다.
이러한 맥락의 기사들은 한 장관이 등장하는 유튜브의 조회수가 폭발한 뒤 이어졌다. 지난 5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답변 영상은 31일 기준 540만 회를 넘었다. 인사이트의 '띄워주기' 기사는 해당 유튜브가 화제를 이끈 이후, 5월 말부터 본격화됐다. 2030의 '클릭'을 위해 한 장관 기사를 반복 보도한 것이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인사이트는) 클릭수가 나올 것 같다는 아이템은 다 하는 곳이다. 너무 스타로 만들어주는 식, 셀럽으로 소비하는 식의 제목이 특히 문제가 있다”며 “내용은 유의미한 것이 없는데, 제목이 거의 낚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동훈이 아닌 다른 정치인이었어도 화제가 된다면, 인사이트는 똑같이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셀럽화' 정치편향보다 더 큰 문제
문제는 이러한 보도들이 실제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사이트는 29일 기준 페이스북 구독자가 624만명으로 어느 기성 언론보다 구독자 수가 많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범 보수 진영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물은 결과,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장관이 나란히 15%로 1위에 올랐다. 정치적 행보를 아직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한 장관이 차기 대선주자 1등으로 꼽힌 것이다.
이봉우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객원연구원 연구원은 “차기 대선이 5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정치적 숙고나 가치판단보다는 인지도가 투표에 주요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인사이트처럼 '이미지'를 강조하는 보도들이 충분히 영향을 줬을 것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조회수를 위한 정치인의 셀럽화가 연예인 보도 문제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연예 이슈와 다르게 공중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사이트의 '정치인 셀럽화'가 기성 언론의 '정치 편향'보다 더 큰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상업주의가 극단화되다보니, 정치인에게까지 번진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정치인의 셀럽화는 연예인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유명한 사람을 보고 즐기는 것이 단순히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지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의 정치적 신념과 무관한 단편적 지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론 왜곡'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상업주의가 정치에까지 번지는 것은 김건희 여사 이후로 심해진 경향이 있는데, 공적 영역인 정치까지 돈을 벌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 보면 기성 언론의 정치편향보다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한동훈 보도는 정치적 목적과 상업적 목적, 두 개를 다 채워주는 너무 훌륭한, 이용하기 쉬운 아이템이다"며 "정치인을 보도하며 단편적으로 '이미지'만 보도하는 것은 이미지 정치를 조장할 수 있어 문제다.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정치 경력이 짧은 한동훈 장관이 1등한 것처럼, 정치인들을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지적들에 대한 입장을 인사이트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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