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모은 통신자료 수백만건, 사건 관계없이 기록 보관한다

강재구 2022. 7. 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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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집한 통신자료를 수사 종료 뒤 사건과 관련 없다고 결론 내린 이들의 자료까지 사건기록에 담아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검찰이 수사가 끝난 뒤 사건과 무관하다고 결론 내린 이들의 통신자료까지 사건기록에 담아 보관한다는 점이다.

이들 사건기록에도 수사 초기 광범위한 사건 관계인 접촉자의 통신자료가 편철되기 때문에, 형사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개인정보가 검찰청에 영구 보존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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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시스템 통해 1백만건 넘게 수집
수사기록에 편철해 검찰청에 장기간 보관
범행 연관없는 개인정보 영구 보관 우려
"자료 폐기 규정 만들고 내부 점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검찰이 수집한 통신자료를 수사 종료 뒤 사건과 관련 없다고 결론 내린 이들의 자료까지 사건기록에 담아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특정 범죄로 중형이 선고된 사건의 수사기록은 영구 보존해, 이들의 개인정보가 영원히 폐기되지 않고 검찰청에 쌓이는 경우도 있었다. 법조계에선 사건 관련성이 없는 통신자료를 폐기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대검찰청이 통신자료 폐기 절차와 관련한 <한겨레> 질의에 답변한 내용을 보면, 검찰은 수사 중 통신자료 확인이 필요한 경우, 형사사법포털 ‘킥스(KICS)’의 통신자료제공시스템을 통해 이동통신 3사 등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료를 요청한다. 이후 같은 시스템을 통해 통신자료를 받으면, 즉시 문서로 출력해 사건기록에 편철한다. 전산시스템상에선 일정 기간 뒤 자료가 자동 삭제되지만, 서면 형태로 사건기록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다. 법원 영장 없이 확보 가능한 통신자료에는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개인정보가 포함된다. 검찰은 지난해에만 135만5천여건의 통신자료를 이동통신사 등으로부터 받았다.

문제는 검찰이 수사가 끝난 뒤 사건과 무관하다고 결론 내린 이들의 통신자료까지 사건기록에 담아 보관한다는 점이다. 검찰보존사무규칙상 검찰은 재판이 확정된 사건기록의 경우 형의 시효가 완료될 때까지 사건기록을 보관하는데, 이 규칙에 사건과 관련성이 없는 통신자료를 폐기하라는 내용은 없다. 수사 초기 범행 관계자가 불명확할 때 공범 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피의자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접촉자의 통신자료를 수집하는데, 범행 연관성 유무가 확인된 뒤에도 관계없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는 셈이다.

특히 내란·외환의 죄나 공무원의 뇌물, 특가법상 뇌물·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10년 이상 유기징역이 확정된 사건의 기록은 영구 보관된다. 이들 사건기록에도 수사 초기 광범위한 사건 관계인 접촉자의 통신자료가 편철되기 때문에, 형사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개인정보가 검찰청에 영구 보존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선 통신자료 폐기의 절차를 담은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증거물 보존 등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개인정보가 담긴 통신자료에 대한 구체화된 관리 규정이 미비한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가 사후통지 없는 통신자료 수집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릴 당시,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내어 “아무런 절차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수집된 정보의 보관과 처리를 수사기관 등에 일임하고 있어 국민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 등에 남용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규철 동국대 법대 교수(과학기술법)도 “수사 과정에선 영장 없이 저인망식으로 통신자료를 수집하는데, 수사 종료 뒤 사후처리 및 검증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검찰 스스로 범죄 혐의와 관련성 없는 통신자료 폐기 규정을 만들고 내부 감사를 통해 폐기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관련 자료 일체를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사건 종료 뒤 수사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선 자료 일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관련성 여부를 따져 자료를 삭제할 때 임의적으로 특정 자료를 삭제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 관리를 더 세심하게 할 필요는 있겠으나, 현재도 일주일이 지나면 전산상 기록이 자동 삭제되는 등 오남용 우려가 없도록 대비를 하고 있다”며 “사후통지 절차 마련 등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에 맞춰 증거물보존규칙 등 세부 규정을 손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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