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에 강방천까지..자산운용사 대표들 잇단 '차명투자' 의혹 파문 확산
개인과 기관 투자금으로 수익을 내는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차명투자 의혹에 휩싸이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동학개미’ 투자 열풍을 이끈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64)에 이어 국내 1세대 펀드매니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62·사진)도 차명투자 혐의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2020~2021년 주식 활황기에 주식 투자를 강조했던 금융계 유명 인사들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강 회장 측에 제재심의위원회 개최 계획을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에셋플러스 정기검사에서 강 회장이 본인이 대주주이고 자녀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운영업체 ‘원더플러스’에 수년간 수백억원을 대여하고 원더플러스는 카카오 등 상장사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투자 수익은 수억원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강 회장의 이같은 투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한 투자라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차명 투자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고 투자 시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강 회장의 원더플러스 대여금에 에셋플러스 법인 돈이나 다른 개인 및 기관투자자의 자금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은 앞서 차명투자가 문제된 존 리 전 대표와 달리 강 회장은 자산운용사의 소유주인 만큼 금융사 관리·감독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강 회장이 신고없이 원더플러스를 통해 한 투자 목적이 소득세 등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나 국세청 통보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강 회장은 대여금에 대한 이자소득만 받았고 법인의 경제적 효과 귀속주체도 자신에게 속하지 않아 ‘자기계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회사는 차입해 자산운용을 할 수 있고 특수관계인으로서 연 4.6%라는 이자소득을 받아 국세청에 신고했을 뿐”이라면서 “자기매매도, 자기계산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익이 목적이었다면 에셋플러스의 사모펀드를 이용하지 법인세와 인건비를 지불하며 원더플러스를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금감원은 판례 등을 고려하면 에셋플러스의 경제활동이 강 회장의 자기계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잠정 결론내리고 제재심의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양측은 법인과 개인의 동일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피검사자는 제재심 통보를 받고 14일 내에 입장 등을 회신해야 하고 금감원이 이를 심의에 반영하는 데 10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실제 제재심 개최일은 8월 말이나 9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은 지난 29일 에셋플러스 등기이사와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존 리 전 대표도 지난달 차명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감원은 메리츠운용이 설정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플랫폼 관련 사모펀드의 운용 내역과 투자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투자 대상에는 존 리 대표의 배우자가 주요 주주인 A사 투자 상품이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에 대한 검사와 조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사정을 잘 아는 여의도 펀드매니저 중에 차명계좌 없는 사람들이 없고 은퇴 시점에 수십억원을 갖고 나왔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까지 수익을 내다가 올해 주식 시장에서 물린 개인투자자가 많은 현시점에 업계를 대상으로 한 검사를 강하게 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자기계산 : 거래상 자기에게 돌아오는 손해나 이익을 자기가 책임지고 계산하는 일. 경제적 효과의 귀속주체가 자기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이나 법인 명의로 경제활동을 했더라도 대표이사, 대주주 등 자연인(개인)의 자기계산으로 볼 수 있는 영업활동도 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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