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유연화 '속도'..저녁 있는 삶에서 휴식 있는 삶으로
尹정부 핵심 노동과제 주52시간제 개편 방안 마련 나서
필요성 공감에도 과제 수두록.."근로자 권리 보장 가능하나"
연구회 좌장 권순원 교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단초될 것"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저녁 있는 삶을 주창하며 도입한 주 52시간 근로제를 개편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IT업과 제조업 등 산업계가 4차 산업과 수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이에 따라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 선택권을 유연하게 보장받게 하기 위해서다.
주52시간제 개편 논의 박차…필요성 공감에도 과제 수두룩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29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1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연구회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노동 국정과제인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전문가 자문기구로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고용부는 “연구회는 우선 우리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개혁과제를 발굴하는 작업부터 착수하기로 했다”며 “이후 노동시장의 기본 근로조건이자 현장의 개선 요구가 가장 많고 시급한 과제인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관련 구체적인 제도개선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연구회의 핵심 논의 대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는 워크숍에서도 경제가 산업구조 및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시간주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산업현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해졌다. 이를 위해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상한 규제 단위 기간 확대와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전문직 종사자 근로시간 규제 면제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로 집중적 업무 대응에 한계가 있는 업계와 그로 인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로를 암암리에 하게 되는 근로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특히 프랑스와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규제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1주 12시간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경직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연장근로시간 규제 단위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사실상 사용자가 필요할 때와 원하는 방식으로만 연장근로를 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연장근로를 하기 위해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방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근로자대표의 합의가 필요한 방식도 우려가 불식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벼락치기 근무같이 갑작스러운 업무 급증이 뇌·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회는 갑작스러운 업무 급증에도 퇴근과 출근 사이 즉,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으로 휴식할 수 있는 권리 부여 등도 같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연구회에는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연 단위 등으로 확대 방안도 연구회의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1년 동안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평균으로 유지하면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근로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될 방안과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정산하는 방법 등이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는 연구회 좌장으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선출됐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하는 공익위원 간사인 권 교수는 노동시장과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어 좌장으로 적합하다는 데 위원들의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회는 앞으로 밀도있는 논의를 통한 체감도 높은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 1회 전체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또 기타 합리적인 정책대안 마련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연구회 차원의 현장방문·실태조사·FGI 등도 진행 예정이다.
권 교수는 “연구회에 대한 기대도 많지만, 일각에서는 연구회의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 우리 산업의 역량이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연구회가 노동시장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나가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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