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도시계획 '열공' 오세훈.."고품질 임대주택 구현"
(싱가포르=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싱가포르로 첫 해외 출장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캄풍 애드미럴티와 풍골 에코타운 등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공주택단지를 가장 먼저 찾았다.
오 시장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과 함께 종일 현장을 돌아보며 세대공존형, 도심형, 에너지 절감형 등 다양한 유형의 '오세훈표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먼저 오 시장은 싱가포르 공공주택의 내부와 사용 자재를 실제와 동일한 쇼룸 형태로 한눈에 볼 수 있는 싱가포르주택개발청(HDB)의 공공주택 전시관을 방문했다.
싱가포르 인구의 약 82%가 사는 공공주택은 수요자 만족과 주거 안정을 동시에 이룬 모범적인 모델로 꼽힌다.
HDB는 월 소득 1만4천달러(약 1천800만원) 이하인 중산층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주택을 건설해 공급한다. 공공 보유 물량은 전체 분양 주택의 78.7%이며, 나머지는 민영주택이다.
HDB는 공공주택이 자칫 도심 속 섬처럼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통합'을 유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오 시장이 강조하는 '소셜믹스'와도 일맥상통한다.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하면서도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대형 커뮤니티 공간과 담장이 없는 개방형 설계로 공공성을 확보했으며, 첨단·친환경 정보통신기술(ICT)을 대거 적용해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오 시장은 특히 HDB가 지난해 시작한 'PLH'(Prime Location Housing) 정책에 관심을 보였다.
PLH는 번화한 도심 등 접근성 좋은 입지에 중·저임금 근로자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직주근접 아파트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주거난·장거리 통근 등으로 인한 고충을 해소할 뿐 아니라 심야·주말이면 도심이 텅 비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여줄 지속가능한 주택공급 정책으로 주목받는다.
오 시장은 "저소득 도시근로자를 위해 값비싼 아파트 사이에 과감하게 공공주택을 조성해 공급하는 PLH 모델의 취지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도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 청년, 사회초년생 등이 직주근접 고품질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도시 외곽이 아닌 도심·역세권에 집중 공급하겠다"며 "실제 시민의 삶을 고려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완전히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며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세대통합 주거단지' 모델인 캄풍 애드미럴티 실버타운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고령화, 아이돌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모와 기혼 자녀가 근거리에 거주하는 주택단지 '골드빌리지'(가칭)와 부모-자녀-손자녀가 한 지붕 두 가족처럼 거주하는 '3대 거주형 주택'을 시범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또한 오염된 어촌마을이었다가 싱가포르 최초의 친환경 스마트시티로 개발 중인 '풍골 에코타운'을 찾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심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 구현 방안을 모색했다.
현장 방문 외에도 오 시장은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에 관한 이관옥 싱가포르 국립대 도시계획전공 교수의 강의를 듣고, 주택정책 전문가인 청쿤힌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 교수와 싱가포르의 주택 공급정책 등을 화두로 면담했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는 고령이 되면 주택 사이즈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장려해 시장에 주택이 지속 공급되도록 하고 가격도 안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급격한 고령 사회로 가는 우리도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다운사이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서도 "임대료를 월 단위로 내지 않고 처음에 한 번에 내는 방식 등을 비롯해 배울 게 많다"면서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고 접목할 방법론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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