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함 장착 SM-6.. 극초음속 미사일 킬러로 변신한다
지난 28일 진수된 최신예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에 우리 해군 함정 중 처음으로 탑재되는 요격미사일 SM-6는 항공기·함정·탄도미사일은 물론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요격(개량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의 초고속으로 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현존 기술로는 탐지 및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무기다. 중국·러시아는 실전배치 단계에 있고, 북한도 2종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개발하고 있다.
◇ SM-6, 함정.항공기.탄도미사일 모두 잡을 수 있는 다용도 미사일
군 소식통은 31일 “지난 28일 진수된 정조대왕함에는 우리 해군 함정 중 처음으로 SM-6 요격 미사일을 도입해 장착한다”며 “여기엔 향후 SM-6 개량형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능력도 갖게 된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M-6는 항공기, 함정,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다용도 미사일이라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존 힐 미 미사일방어국(MDA) 국장(해군 중장)은 올해 초 “다목적 SM-6 미사일이 현재 미국 무기체계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 레이시언사가 만든 SM-6는 항공기 및 함정의 경우 240~46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고, 탄도미사일의 경우 수십㎞ 밖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최대 35㎞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6의 길이는 6.55m, 직경은 34㎝ (부스터 직경 53㎝), 무게는 1506㎏, 최대 속도는 마하 3.5다.
SM-6는 NIFC-CA(해상통합 화력통제/방공)라 불리는 미 해군 차세대 요격 시스템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NIFC-CA는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항공기, SM-6 미사일 등을 데이터 링크로 통합해 원격교전 능력뿐 아니라 수평선 너머 표적까지 요격할 수 있는 차세대 요격체계다. SM-6는 그동안 여러 차례 다양한 표적에 대한 실제 사격시험에 성공, 미 해군 차세대 요격 시스템에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확인했다.
◇ F-35 스텔스기로 SM-6 미사일 유도해 대공 표적 요격 성공
2016년 1월에는 미해군 요격 미사일 사상 가장 먼 거리에서의 요격에 성공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지상 시험시설에서 발사된 SM-6가 다기능 첨단 데이터 링크를 탑재한 F-35B 스텔스기의 유도로 표적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어 그해 12월엔 사거리 3000~4000km급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해상 요격 시험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미 해군은 밝혔다. 이는 중국이 개발한 DF-21D 및 DF-26 대함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보여준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미 해군은 내년엔 사정거리와 미사일 속도를 크게 강화한 SM-6 개량형(블럭1B)의 대함 및 극초음속 미사일(글라이더) 요격 시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군은 E-2D 조기경보기는 갖고 있지 않지만 F-35 스텔스기는 보유하고 있는 만큼 F-35를 활용해 SM-6 미사일을 다양한 표적에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낮은 고도를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지상이나 함정 레이더로는 탐지에 한계가 있어 저궤도 인공위성 등이 유용한 탐지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도 2020년대 중반 이후 다수의 저궤도 초소형 위성들을 발사할 예정이어서 이들을 SM-6 개량형 미사일과 연동해 유사시 북한과 주변 강국의 극초음속 미사일들을 탐지추적 및 요격하는 데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중국은 DF-17을, 러시아는 지르콘·킨잘 미사일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북한은 화성-8형(가오리형)과 원뿔형 2종을 개발중인데, 원뿔형의 경우 올해 초 2차례 시험발사를 한 뒤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미, 내년에 SM-6로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시험 예정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제14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내년부터 2031년까지 7600억원의 예산으로 SM-6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약 100발의 SM-6가 정조대왕함을 비롯, 3척의 차세대 이지스함에 배치될 예정이다. SM-6 1발당 가격은 50억원이다.
일각에선 SM-6 미사일보다 요격능력이 뛰어난 SM-3 미사일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SM-6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수십㎞ 이내여서 해상에서 수도권 등 지상으로 떨어지는 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SM-6는 이지스함 등 우리 함대를 공격하는 북한이나 주변강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이나 대함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데 유용하다는 얘기다.
현재 군 당국의 요격미사일 도입계획에 SM-3도 포함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SM-6를 우선 도입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SM-3 도입은 사실상 무기연기된 상태다. SM-3는 블록-1B의 경우 최대 사거리 900㎞, 최대 요격고도 500㎞이고, 블록-2A의 경우 최대 사거리 2500㎞, 요격고도 1500㎞에 달하는 강력한 요격미사일이다.
◇ SM-3로는 북 신형 저고도 미사일 요격 불가능
우리가 도입을 추진했던 SM-3는 블록-1B형인데 최저 요격고도도 70~90㎞로 사드(최저 요격고도 40㎞)보다 높다. 문제는 북한의 KN-23·24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KN-25 초대형 방사포 등의 최대 비행고도가 35~60㎞로, SM-3 최저 요격고도보다 낮다는 점이다. SM-3로는 이들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요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도권을 향한 노동 미사일 등 중거리 미사일의 고각발사에는 SM-3가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도와 위력이 향상된 저고도 신형 미사일이 개발된 상황에서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수도권을 고각발사할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SM-3 1발 가격이 250억원으로 SM-6의 5배에 달한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SM-3 대신 SM-6를 도입한 것은 북 신형 미사일 위협과 가성비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 정조대왕함, 세종대왕함의 약 2배 탐지거리 및 표적 탐지능력
정조대왕함은 이밖에 국산 함대지(艦對地) 탄도미사일도 처음으로 장착하는 등 세종대왕함에 비해 타격능력도 강화됐다. 함대지 미사일은 최대 500~1000㎞ 떨어진 북한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시설 등 북 전략목표물은 물론 유사시 중국·러시아 등 주변강국의 위협에 대한 ‘독침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정조대왕함 이지스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1800㎞, 최대 표적 탐지숫자는 1800여개로, 세종대왕급에 비해 2배 가까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대왕급의 최대 탐지거리와 탐지 표적 숫자는 각각 1000㎞, 1000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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