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종 BA.5 변이의 특징은 강한 면역 회피력 [강재헌의 생생건강]
(시사저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직원 30명이 근무하는 한 중소기업에서 최근 큰 혼란이 빚어졌다. 직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갑작스러운 업무 공백이 생긴 것이다. 지난 2년 넘는 코로나19 유행기에 전 직원 중 절반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최근 수개월간은 추가 확진자 발생이 없어 회식도 하고 근무도 코로나19 이전과 다름없이 해오고 있었는데, 다시 재택근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 당혹스러운 점은 이번에 확진된 직원 중 1명은 지난해 초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후 재감염됐다는 사실이다.
7월27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해 지난 4월말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7월 2주 차 국내 감염자의 BA.5(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47.2%로 직전 주보다 23.5%포인트 높아졌다. 해외 유입 확진 사례의 BA.5 검출률을 합치면 전체 BA.5 검출률이 52%로 우세종이 된 것이다.
국내 BA.5, 검출률 52%로 우세종 돼
모든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통해 변화하는데, 이런 변화는 대부분 바이러스의 특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변이 바이러스는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런데 일부 변화는 바이러스의 전파력, 유발 질병의 중증도,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유행 양상의 변화를 초래하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변이 발생을 모니터링해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학적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우려 변이를 찾아내 관찰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WHO는 전파력이 강해지거나 유행을 악화시키는 변이, 독성이 높거나 임상 양상이 변하는 변이 또는 진단·치료·백신·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
2020년 말에 발견된 알파·베타·감마 변이는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가 공중보건학적 위험이 감소해 모니터 대상 변이로 재분류됐다. 2021년 6월엔 델타 변이가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가 2022년 4월 모니터 대상 변이가 됐다. 2021년 11월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력이 매우 강해 코로나19 유행을 악화시키는 변이로 평가돼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이후 BA.1, BA.2, BA.3 등 3가지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생겨났는데, 이 중 BA.2 변이는 기존 오미크론과 중증도는 비슷하지만, 전염력은 오히려 더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4와 BA.5가 처음 발견된 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우세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각각 감시 대상과 우려 변이로 등재된 상태다.
미국 하버드대와 베스이스라엘병원 공동연구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과 추가접종을 받은 27명과 감염 후 완치된 27명을 대상으로 한 BA.4/BA.5의 중화항체 반응 평가 결과, 원형 균주 코로나19보다 약 20배, 오미크론 변이 BA.1/BA.2보다 약 3배 낮은 중화항체 생성 수준을 보였다. 즉,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항체를 획득한 사람이라도 BA.4/BA.5에 쉽게 감염 또는 재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높은 면역 회피성에도 예방접종에 따른 위중증이나 사망 예방효과와 고위험군 예방접종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았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는 연이어 나타날 것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감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4차 백신 접종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우리 모두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경험을 살려 방역 당국을 믿고 다시 한번 대유행을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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