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장사 없다, 대세 하락 시작" vs "매물 던지기 같은 본격 하락 징후 없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도자는 호가를 섣불리 낮추지 않고 매수자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느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주요 지역의 일부 대장주 아파트 거래에서 가격 하락이 관측돼 "부동산 하락세가 본격화됐다"는 분석과 "급매물에 국한된 일부 현상"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내 대표 아파트 단지 50곳 가격 '하락세'
한국부동산원이 7월 21일 발표한 '7월 3주 차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7로 전주(86.4) 대비 0.7포인트 낮아져 11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인터넷 매물 건수 분석 및 회원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아파트 수요·공급 비중을 수치화한 것이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전주보다 0.9포인트 낮아진 88.5로 2019년 7월 29일(88.4)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속에서 고공 행진하던 주요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KB선도아파트50' 지수(7월 11일 기준)는 101.18로 지난달(101.42)보다 0.24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내린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매년 12월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국내 아파트 단지 50곳을 선정해 가격 변동을 수치화한 것이다. 강남 3구, 양천, 강동 등 서울 한강 이남과 마포, 용산, 중구, 서대문 등 한강 이북, 경기와 부산 일부 단지가 포함돼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해당 지수는 부동산 가격 흐름에 대해 일종의 선행성을 띤다"며 "그간 부동산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도 대단지 블루칩 단지들은 그나마 거래됐는데 이런 상황마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주요 지역에선 거래절벽 속 일부 급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면적 164.97㎡(47층)는 6월 29일 4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6일 같은 면적 매물(46층)이 43억5000만 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한 지 약 3주 만에 1억 원이 떨어진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KB선도아파트50 지수의 분석 대상에도 포함되는 강남의 대장주다. 비슷한 시기 강남구의 다른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도 하락했다. 6월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9㎡는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36억2500만 원(34층)보다 7500만 원 떨어진 35억5000만 원(27층)에 팔렸고,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는 6월 28일 전고가 대비 1억4500만 원 하락한 21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오히려 상승한 곳도
"급매물 나와도 '아직 매수 시점 아냐' 반응"
거래가 실종되자 부동산중개업소는 영업난을 호소한다. "올해 상반기부터 계속 개점 휴업 상태다. 가게 임차료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만 열어놓고 손가락을 빨고 있다"(서초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거나 "실수요자 위주로 한두 건 이뤄질 뿐 거래가 거의 없다. 중개수수료도 절반으로 낮아졌고 매매는 물론, 임대차계약도 그리 활발하지 않아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버거운 상황"(서대문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이라는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6월 폐업한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1148곳으로 전달(727곳) 대비 57.9% 늘었다. 특히 서울에서 폐업한 중개업소는 314곳으로 5월보다 67% 급등했다.
시장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됐다"는 주장과 "가격이 급락할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시장이 하락장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완전한 거래절벽으로, 특히 최근엔 매수자 우위의 거래절벽"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그간 계속 상승해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며 "가격 상승 원동력이던 저금리 유동성이 '자이언트 스텝'에 따라 회수되기 시작한 것이 큰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도 현재까진 어느 정도 버티고 있으나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서 홀로 상승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제 하락장이 본격화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금리인상 앞에 장사 없다. 강남 부동산은 불패가 아닌 가격이 덜 빠지는 '덜패'라고 봐야 한다. 올해 하반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같은 투자 상품은 가격 낙폭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 아파트는 가격 상승기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회복하긴 할 것이다. 강남 부동산에 투자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보다 손해를 덜 본다고 이해해야 한다."
"하락장 본격화" vs "공포 분위기 조성에 불과"
반면 섣부른 폭락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이 안 좋긴 하나, 대세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락론의 근거는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가 감소한다는 것인데, 국내 가계 대출 연체율이나 저(低)신용자 비율은 아직 상당히 낮아 '매물 던지기' 같은 본격적인 가격 하락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서울 주요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격이 폭락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2019년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놨을 때도 급매물이 나와 비교적 낮은 가격에 거래됐는데 그것을 두고 가격 하락이라고 하진 않았다"며 "일부 급매 거래 가격을 두고 대세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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