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뒤늦게 부각된 文정부-유엔사 갈등..탈북·귀순 놓고 난맥상

박대로 2022. 7.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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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선 당일 北선박 북송 때 유엔사 배제
유엔사, 文정부 DMZ 출입 건 연속 불허
文정부 종전 선언, 유엔사 무력화 해석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임 한미 연합사령관 서훈식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1.07.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유엔군 사령부(유엔사)와 심한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북한 관련 사건 재검토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무장지대와 정전 협정을 관장하는 유엔사가 주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봤고 유엔사는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의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탈북·귀순과 관련해 난맥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9 대통령 선거 당일 이뤄진 북한 선박 북송 때 유엔사가 배제된 정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한국 정부가 유엔군 사령부(유엔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유엔사 헬기 이륙 후 42분 만에 북한 선박 출항 조치가 이뤄졌다"며 "유엔사 헬기가 (백령도에) 착륙할 당시엔 이미 북에 인계돼 북한 경비정이 예인하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유엔사가 대선 때 넘어온 북한 주민들을 조사하려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를 따돌리고 북송을 마무리했다는 게 신 의원의 주장이다.

유엔사가 도착하기 전에 북송이 이뤄진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유엔사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고의적으로 북송 시점을 앞당겼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1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판문점 견학 재개 관련 미디어데이가 열린 가운데 도보다리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2022.07.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탈북어민 북송 과정에서도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사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한 모습이 연출됐다. 2019년 11월7일 당시 탈북 어민 북송 과정에서 유엔사는 어민 2명과 경찰특공대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용했지만 이후 어민이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엔사가 당황했다는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사건들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유엔사 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와 유엔사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2019년 6월 문재인 정부는 제9차 한·독 통일자문위원회에 참가한 독일 정부 대표단을 위해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를 방문하는 일정을 마련했지만 유엔사가 출입을 승인하지 않아 행사가 불발됐다.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이 유엔사 사령관을 겸직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협조 요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1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판문점 견학 재개 관련 미디어데이가 열린 가운데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2022.07.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해 8월9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 안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 했지만 유엔사가 동행 취재진 방문을 불허하면서 결국 방문이 좌절됐다.

그해 12월 중순에는 남영신 당시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이 케네스 윌스백 미 7공군 사령관과 함께 강원 철원군 3사단(백골부대) GP 일대를 방문했는데 그 때도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남 사령관 일행이 비무장지대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자신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군에 출입 규정 위반을 추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례 탓에 한국에서는 유엔사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전 협정의 서명 당사자로 정전 협정을 이행·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유엔사가 남북 교류와 도로·철도 연결 사업에까지 관여하면서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일각에서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는 정전 협정에 따라 규정을 지키고 있을 뿐인데 한국 정부가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정전 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는 유엔사의 관할인데 한국 정부가 '군사적인 분야가 아니면 굳이 유엔사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유엔사 측의 불만이었다. 아울러 유엔사는 '한국 정부가 규정에 따라 비무장지대 출입을 검토할 시간 여유도 주지 않고 급박하게 요청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군복을 입고 있다. 2021.12.20. photo@newsis.com

유엔사를 둘러싼 논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한국군에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하라고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수년째 이에 응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진행되는 유엔사 재활성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미국이 한국 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종전 선언을 추진하면서 유엔사와의 갈등은 증폭됐다.

문재인 정부 말에 추진된 종전 선언은 현 정전 협정 체제와 직결되는 측면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 선언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일 뿐 정전 협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지만 유엔사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6·25 전쟁을 근거로 설치된 유엔군 사령부의 정치적, 군사적 정당성이 약화된다. 또 유엔사가 관할하는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등의 의미가 퇴색되는 측면이 있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2022.04.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과 미국이 호응하지 않아 종전 선언이 좌절되면서 유엔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유엔사와 악연이 될 뻔했다. 유엔사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당시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강원 철원군에 있는 육군 3사단(백골부대) 관측소를 군복을 입은 채 방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유엔사는 윤 대통령 복장이 정전 협정 위반이라며 조사까지 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 갈등은 봉합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7일 역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당선인 신분으로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해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선배 전우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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