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라 수출기업들 좋겠다고?..물건이 팔려야지"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천명했지만, 정작 민간의 소비와 수출, 투자 모두 흔들리고 있다. 고물가 속에 금리가 뛰고 자산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공급망 불안에 엔저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수출과 투자마저 위축되는 복합위기가 우려된다. 이 '퍼펙트스톰'을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주춤하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정작 판매량이 줄어드는 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엔저로 일본과 경합하는 분야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전직 관료들은 단기적으로 무역금융 확대 등으로 수출을 돕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지수는 117.84로 전년 동월대비 2.7% 내리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은은 "주요국의 금리인상 가속화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둔화가 초래됨에 따라 향후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무역수지도 악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무역적자 규모는 103억달러(약 1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와 관련,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산업을 육성해 다양한 수출 포트폴리오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성윤모 한국공학대학교 이사장은 "단기적으로 물류지원, 원부자재 확보 지원, 수출금융 확대 등 수출기업의 애로사항 해결과 함께 전시회 참가 지원 등 수출시장 개척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본질적으로는 중장기적으로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주력산업 구조개편,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면서 서비스·디지털 무역확대, 비대면 무역 활성화 등 무역구조 고도화도 동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도 "세계경기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 수출품에 대한 해외 수요도 강하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수출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방산수출, 원전수출 등 부진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역임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R&D 지원 강화와 규제혁파를 통해 기술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나 연구개발 강화로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중 무역을 정상화하고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회의를 개최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이희범 경북문화재단 대표는 "대미 관계회복과 함께 대중 관계회복을 통한 대중무역 정상화도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회의를 적어도 연 2회 개최해 무역인들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저(低)에너지 사용' 산업구조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서도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 등의 사례를 분석할 필요다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관세청장과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무역수지 적자가 원유,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나 차제에 에너지 효율적 사용을 위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에너지 절감투자 확대 등이 필요하다"며 "저유가 시대처럼 전기를 펑펑 쓰기는 어려우니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에너지 절약 친화적 소비습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역임한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아직 흑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만과 우리가 다른 구체적 요인은 뭔지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의 성과 때문에 전체적인 한국 기업경쟁력에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건지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1300원 안팎으로 오른 원/달러 환율이 수출둔화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수출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경부 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수출 문제는) 정부가 대처할 일이 아니고 현재 그것까지 걱정할 여력도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미 대처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개발, 경쟁력 강화는 기업이 책임질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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