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 삼라만상 76] 비 내리는 풍경 보며 고흐는 무슨 생각했을까? 

정리=박명기 기자 2022.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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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말 고흐의 작품 '비 내리는 오베르의 풍경'에는 인물 없이 비만 내리는 원경의 전원이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루브시엔느의 역마차'를 보면 비가 내리는 거리에 마부가 재촉해 달리는 말의 똑딱거리는 말밥굽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제는 100년 전 시대의 화가들 풍경처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까 했지만 역시 실망스럽게도 비답지 않은 부슬비만 내리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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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오랜만에 혼자 우중 산행할 생각..비야 내려라. 커피 맛 좀 더 하게

1800년대 말 고흐의 작품 '비 내리는 오베르의 풍경'에는 인물 없이 비만 내리는 원경의 전원이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그림만 봐도 고흐의 시선에 축축한 외로움과 배고픔이 묻어 있다. 당시 비 내리는 풍경을 보며 고흐는 무슨 생각했을까?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루브시엔느의 역마차'를 보면 비가 내리는 거리에 마부가 재촉해 달리는 말의 똑딱거리는 말밥굽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차 바퀴에 덧댄 원형 철막이 조약돌로 깔아놓은 도로를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도시에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그 시대 사람들의 멋진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비가 오는 그림 중에 내가 좋아하는 구스다프 갈르보트 '비가 오는 파리 거리'를 보면 나 자신이 마치 빗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100년 전 그들도 비 오는 날을 좋아했을까? 밤마다 전혜린이 수학했던 독일 뮌헨의 비가 오는 밤거리 가스등이 켜진 분위기처럼 지금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일기 예보에 어제는 비가 온다고 했다. 화실에서 글을 쓰다가 문득 비 생각이 날 때마다 저녁까지 창문을 열어젖혔다.

느즈막한 저녁 이 동네는 가스등이 켜진 듯 간격이 먼 낡은 전등에 의한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까지 내려주면 한여름 열기를 내리며 술 마시기에 딱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살아가면서 어떤 미련이나 욕심은 사람이 스스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제는 100년 전 시대의 화가들 풍경처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까 했지만 역시 실망스럽게도 비답지 않은 부슬비만 내리다 말았다. 

토요일에 비 소식이 있다고 했다. 비가 오면 오랜만에 혼자 우중 산행을 할 생각이다. 그러나 요즘은 일기예보가 전혀 맞지를 않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산 위에서 바라보는 아랫동네 풍경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흑백의 그림이 그려진다.

법정 스님은 일 년에 한 번 사나흘을 버너와 침낭을 챙겨 산 위에서 지내셨다고 한다. 

스님의 저서 '맑고 향기롭게'를 보면 살면서 자연에 대해 알고 가는 방법의 설계도를 보는 것 같다. 비야 내려라. 커피 맛 좀 더 하게...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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