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 실적 쓴 정유업계, 임단협은 험로 예고
물가 인상에 호실적 겹쳐 임금 인상 요구 커져
사측, 하반기 경영 불확실에 난색.. 장기화 전망
정유업계가 임금단체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직원들은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고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 큰 폭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정유업계의 임단협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 4사 직원의 작년 평균 급여액은 1억1806만원이다. SK에너지가 1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오일뱅크 1억2100만원, 에쓰오일 1억1478만원, GS칼텍스 1억552만원 순이다. 올해 1분기 직원 평균 급여는 GS칼텍스가 6184만원, 에쓰오일 5684만원, 현대오일뱅크가 3100만원이었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으나 찬성 39.1%, 반대 60.9%로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가 교섭을 통해 마련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2.5% 인상과 성과급 1000%로 상향 조정(현재 800%), 임금테이블 호봉별 5만원 추가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노사는 새로운 안을 도출하기 위해 교섭을 재개해야 한다.
지난 6월부터 교섭을 시작한 GS칼텍스 노사는 아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GS칼텍스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보다 낮은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서 GS칼텍스는 임금인상과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는 본사 항의 집회를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S-Oil(010950)) 노조는 최근 임금인상안 준비가 완료돼 다음달부터 사측과 교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2년에 한번 임단협을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096770)만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수준인 기본급 2.5% 인상에 합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017년부터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하기로 합의하고 6년째 이행 중이다.
정유업계 노조는 사측이 예년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물가 상승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전년 동기 대비 6% 올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A사 노조 관계자는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이전 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체들이 올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라는 점도 직원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올 상반기에 각각 3조9783억원, 3조10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에 1조3703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한 분기 만에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고, 비상장사인 GS칼텍스 역시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B사 노조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거두고 있어 조합원들은 훨씬 더 많은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같은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9.5~10%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합리적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사 노조 관계자는 “과거 적자를 기록했을 때 직원들은 임금 인상률을 최대한 낮춰 희생을 했다”며 “이제 실적이 나고 있으니 직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측도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그 수준에 대해선 노조 측과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는 적자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달 들어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했고, 원유 도입 비용은 올라 역마진이 나는 상황에 수요도 위축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상반기와 하반기 상황이 정반대였던 경우들이 있어 당장 실적만 가지고 임금을 인상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일부 정유사는 해를 넘겨 겨우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만 임단협이 다소 늦게 이뤄진다 해도 대부분의 정유사는 소급 적용을 실시하고 있어 양측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요구안을 최대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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