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명 경찰 중 경찰대 출신 2.5%..경무관·치안감은 10명 중 7명

하수민 기자, 김성진 기자 2022.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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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경찰대(下)

[편집자주] 올해로 마흔 두 살을 맞는 경찰대학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설립됐지만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폐지론'과 아직은 순기능이 많다는 '존치론'의 대결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찰대라 승진 발목?…경무관·치안감 10명 중 7명 차지

(서울=뉴스1) = 2일 오전 충남 아산 경찰대학교에서 42기 경찰대학 학생 50명과 71기 경위 공개경쟁 채용시험 합격자(구 경찰간부후보생) 50명의 합동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22.3.2/뉴스1
"'특정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대를 '하나회'에 빗댔다. 경찰대 출신들은 반발한다. 실제로 경찰대 출신들은 자신의 출신이 발목을 잡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28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대 출신은 경찰 고위 계급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 계급의 경우 전체 632명 중 381명(60.3%)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무관 계급은 80명 중 59명(73.8%), 치안감 계급은 34명 중 25명(73.5%)이다. 치안정감은 7명 중 3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대는 2021년까지 총 37개 기수를 배출했다. 경찰대는 입학 정원이 많지 않아 경찰대 출신 경찰의 수는 전체 경찰 13만2421명 중 3249명, 비율로는 단 2.5%에 불과하다.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순경·경장·경사 계급을 넘어 경위직으로 임용된다. 임용 인원은 적지만 3개 계급을 뛰어넘게 되면서 고위직에 경찰대 출신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들은 오히려 출신대학으로 인해 덕을 보기는커녕 승진에서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관행적으로 입직 경로를 고려한 승진 '쿼터(지분)'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출신별로 경찰대, 간부후보생, 고시, 일반 등으로 나눠 한 곳에 몰리지 않게 배분하는 관행이다. 내부적으로 총경 이상 고위직으로 승진시킬 때 소수의 순경 출신들을 안배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경비과에서 근무하는 경찰대 졸업생 B경정은 "승진 심사할 때 소위 '입직배려'라는 것을 한다"며 "이 경우 오히려 경찰대생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는 탓에 능력이 있어도 승진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경제팀에서 근무하는 경찰대 졸업생 C 경위는" 사실 구조상으로 경찰대 출신이 경위로 임용되고 이후 고위직에 가는 속도가 빠를 수는 있다"고 했다.

한편 행안부는 매년 경무관 승진자 중 순경 등 일반 출신을 현행 3.6%에서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를 도입하고 승진심사기준을 오는 10월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또 경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8월 중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합동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위원회에서는 6개월 내 권고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정기·수시회의를 열어 △경찰대 개혁 △사법·행정경찰 구분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제 개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변호사는 '경감', 회계사는 '경위', 사이버수사관은 '경장'…경찰 특채 제도

경찰대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찰대가 우수한 학생들을 4년간 가르쳐 경찰 수준을 높여 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폐지 찬성론자들은 '특채제도'를 통해 다양하고 우수한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현재 존재하는 특채제도를 살펴본다.

◆변호사, 회계사, 사이버수사관...24개 분야 전문가 뽑아

경찰 채용은 '일반공개채용'과 '경력경쟁채용'으로 나뉜다. 이 중 경력경쟁채용을 '특채'라고 부른다.

특채 역사는 길다. 오래 전부터 태권도, 검도 등 무도 유단자들을 뽑아 왔고, 행정고시, 사법시험, 외무고시 졸업자를 경정급(일반직 공무원 5급에 해당)으로 뽑았다.

현행법상 경찰 특채는 25개 분야에서 이뤄진다. 여기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포함된다. 외부인사 특채 규정이 있어서다. 국가수사본부장을 빼면 일반 경찰관 특채는 24개 분야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특채는 변호사 특채다. 경찰은 사법시험이 변호사시험으로 대체되자 2014년부터 기존 경정급으로 뽑던 법조인 출신 간부를 한 계급 낮춰 경감급으로 뽑고 있다. 2018년 20명 채용에 227여명이 지원해 역대 최고 경쟁률(11.35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 채용에도 40명 채용에 70명이 원서를 냈다.

공인회계사는 경위급(일반직 공무원 6급)으로 뽑는다. 전국에 회계사 출신 경찰관은 현재 3명으로 많지는 않다. 매년 5명씩 뽑았지만 선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는 2명이 지원했지만 모두 체력검사에 응하지 않아 선발이 무산됐다. 올해는 4명이 지원했다.

그밖에 사이버수사관, 영상분석관, 현장감식관 등 수사 전문가들과 외국어 전문가, 항공 조종사 등도 매년 특채로 뽑힌다. 또 태권도와 유도, 복싱, 레슬링, 검도, 사격 등 무도 특채도 매년 이뤄진다.

경찰은 이런 특채를 통해 범죄 수법과 수사기법, 법체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년 수사 기능별 필요를 취합해 특채 규모와 분야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달도 적잖아...경찰로 유인할 묘수 떠올려야

매년 '미달'이 나오는 특채도 있다. 원서 접수가 끝난 올해 상·하반기 특채 경쟁률을 보면 공인회계사(0.8:1), 사이버수사관(0.4:1)은 미달이었다. 그밖에 아랍어 전문가(1:1), 변호사(1.8:1), 영상분석관(2:1), 뇌파분석관(2.2:1)도 경쟁률이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전문인력을 붙잡는 것도 경찰 조직의 과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역할이 증대된 만큼 경찰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은 국내 로펌들 영입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출신 경찰관은 "주변에 경찰 근무를 하다가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동기, 선후배 얘기가 종종 들린다"고 했다.

경력 우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사이버수사관은 특채로 뽑아도 경장(순경 윗계급)으로 입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요즘 기업도 사이버전문가를 못 뽑는데 경장급으로 뽑으면 누가 지원하겠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변호사, 회계사 수준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직급과 보수를 맞추는 게 당연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경찰 조직으로서 대우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직 경찰관들 재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경찰대를 전문 재교육 기관으로 바꿔 순경 출신 경찰관에게 성장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입시 잘 보면 6급공무원…"무시험-간부 자동입직 외국에는 없다"

졸업한 뒤 바로 임용되는 경찰대학과 같은 시스템은 한국에만 존재할까. 28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무시험 자동 간부 입직'을 특징으로하는 경찰간부 양성 기관은 한국 밖에 없었다. 외국은 경찰대 자체가 적지만, 있더라도 대부분 졸업 후 시험을 치고 비간부 입직을 했다. 경찰 재교육 역할만 하는 나라도 많다.

◆경찰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똑같은 '시험' 치고 '순경'

한국과 가장 유사한 시스템을 갖춘 곳은 독일이다. 독일 경찰은 '주(州) 경찰-연방경찰' 이중구조로 돼 있는데, 16개 주 중 절반가량이 경찰대학을 운영한다. 이 중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경찰대학은 한국과 비슷하다. 매년 고등학교 졸업자 등 500~600명을 뽑은 뒤 3년 간부교육을 한다. 졸업시험을 쳐야 하긴 하지만 통과하기만 하면 바로 경위로 입직해 순찰 근무 1년, 기동대 근무 2년을 마치고 일선 경찰서에 배치된다.

독일 외에 대만과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권 국가에 경찰대학이 있지만 이들도 졸업 후에 시험을 쳐야 경찰관이 된다.

중국은 한국 경찰대학에 해당하는 '공안대학'이 6곳 있다. 그 중 인민공안대학은 규모가 가장 큰데, 14개 전공에 재학생은 1만3000여명이다. 예전에는 자동 입직했지만 이제는 경찰임용시험을 쳐야 한다. 합격해도 타대학 출신과 똑같이 '2급 경원'(순경급)으로 입직한다.

대만은 한국이 1981년 경찰대학을 세울 때 모델로 삼았다고 알려졌다. 중앙경찰학교(CPU)와 대만경찰대학(TPC)가 있다. 4년제 과정에 고등학교 졸업생은 신입생으로 입학하고 경사 이하 경찰관이 3학년으로 편입학 할수 있도록 돼 있다. 전체 재학생은 2000여명 수준. 2011년 이전까지는 시험 없이 경위로 입직했지만 2011년이후부터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인민경찰학원은 4년 학사과정과 1년 실습과정으로 이뤄졌고 졸업 후 경찰 간부인 소위(군대 계급 사용)로 입직하지만 자동 입직은 아니다. 요구하는 최소 학점을 충족해야 하고 경찰공무원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경찰대학이 있더라도 신입 교육, 재교육 기관 기능을 하는 경우도 다수다.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의 5급 공무원 시험에 해당하는 공무원 1종 채용시험을 통과해야 경부보(경위)에 입용된다. 시험에 합격하면 경찰대학에서 19개월 초임 교육을 받으며 수사기법과 행정 절차를 배운다.

미국, 영국은 순경 출발이 원칙..."한국도 개선 필요"

지난 3월 충남 아산 경찰대학교에서 42기 경찰대학 신입생 50명과 71기 경위 공개경쟁 채용시험 합격자(구 경찰간부후보생) 50명의 합동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사진=뉴스1

미국은 주(州)마다 운영하는 폴리스 아카데미가 있지만 교육기간은 평균 13~19주이고 한국과 같은 학사 과정이 아니다. 아카데미에서는 호신술, 총기 취급 방법, 수사 기법 등을 배우는데, 과정을 수료해야 경찰관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합격하면 똑같이 순경으로 입직한다.

영국은 순경 출발을 원칙으로 고속승진제도(HPD·High Potential Development)를 뒀다. 입직 후 시보 경찰관 시절 HPD 후보로 신청하면 14주 기본 교육과 1년 순경 근무를 마친 뒤 업무 평가와 필기시험, 논문시험을 거쳐 간부로 승진한다. 박현호 경찰대학 교수는 논문 '영국 경찰의 입직 및 승진과 관련한 교육훈련체계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 경찰대와 비교하면 영국은 동일한 조건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런 사례와 비교하면 졸업 후 무시험, 간부 입직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대 개혁 논의가 띄워진 건 불공정 문제 때문"이라며 "경찰 시작점이 비간부, 간부로 나뉘는데, 대학 입시 결과가 평생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돼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 직무에 중요한 것은 학과 교육이 아니라 실무 경험과 재교육"이라며 "경찰 배출 기관이 아니라 군(軍) 간부를 위한 국방대학원처럼 재교육 기관으로 조금씩 바뀔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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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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