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용산 개발에.."강남 능가할 것" vs "새로운 게 없어"[용산 천지개벽②]

기사내용 요약
"공공이 먼저 인프라 구축, 예전보다 성공확률 높아"
"UAM 등 모빌리티 허브 용산에 구축, 파급력 클 것"
"문의 전화 거의 없다…이미 가격 오를대로 오른 상태"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개발 방향 자체가 수도 서울 경쟁력을 위한 것인 만큼 엄청난 고층 빌딩숲으로 바뀌며 10년 후에는 용산이 강남을 능가할 것이다. 용산을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교통 중심지로 개발하는 것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다. 용산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용산 정비창 인근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 자체는 두 손 들고 환영하지만 내용 자체는 이미 다 얘기 됐던 식상한 내용이었다. 다들 예상하고 있었던 게 나온 거라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가격도 이미 오를 대로 오른데다 주택시장 경기도 좋지 않아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데다 금리가 너무 올라 투자 문의도 거의 없다.”(용산역 인근 G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시가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용산정비창(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지난 28일 찾은 용산 일대 부동산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용산정비창 일대 약 50만㎡를 초고층 마천루와 녹지가 함께하는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최초로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지정해 법적 상한 용적률인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123층)보다도 더 높은 최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용산정비창 개발이 가시화됨에 따라 용산 일대 부동산 현장에서는 지역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산이 마천루로 변신하면서 10년 후쯤에는 강남을 뛰어넘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효창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이모(44)씨는 "용산 개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여러 차례 추진됐다가 어그러지기를 반복했다"며 "사실 이번에도 잘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대통령실 이전, 용산공원 조성에 이어 연이어 용산 관련 사업들이 나오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개발방식이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되면서 10년간 방치돼 왔다. 이번엔 과거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 특수목적조합(PFV)에 부지를 통매각했다가 무산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앞세웠다. 공공이 먼저 5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한 뒤 민간에게 개별적으로 매각해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정비창에 미래도시 키워드를 담아 글로벌 도시경쟁력과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미래 신(新) 중심지로서의 국제업무지구를 만들겠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시 구상에 따르면 초고층 마천루 사이에 공원과 녹지가 펼쳐지고,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이 입주하고 싶어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용산정비창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산정비창 개발은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무산됐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 중심으로 자금을 끌어오다 보니 유동성 위기가 오면서 무산됐었다"며 "이번에는 공공이 자금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한 뒤 민간이 참여하는 방식이라 예전보다 성공확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용산역 인근 부지에 지하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과 함께 UAM 등을 연결하는 대중교통환승거점인 '모빌리티 허브'도 만들기로 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주변을 국민공원으로 조속히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용산공원 조성사업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근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년 후에는 용산이 강남을 능가하는 지역이 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이번에 발표한 내용 중에 UAM 허브를 용산에 만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또한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중장기적으로 강남 집값을 따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용산 부동산 가격은 용산국제업무 개발 계획이 절대적이었다"며 "초대형 사업인 국제업무지구 이슈뿐 아니라 용산공원을 센트럴파크처럼 만들고,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사이에 지하상업시설을 만든다는 계획도 있기 때문에 미래가치를 볼 때 용산은 강남 못지않은 지역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이 시장에 파다하게 알려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데다 금리인상 여파로 주택시장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 매수세를 자극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 비해 선방해 온 용산구는 7월 둘째 주(-0.01%) 하락세로 돌아선 후 셋째 주(-0.02%), 넷째 주(-0.05%) 등 하락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용산역 인근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물론 호재이긴 하지만 다들 예상하고 있던 게 나온 거라 크게 동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이미 집값에 반영된 측면도 있고, 용산정비창 일대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예전처럼 버스 타고 쇼핑하러 오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택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데다 가파른 속도로 금리가 오르고 있어 얼어붙은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인근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용산은 거래할 수 있는 주택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다양한 호재가 이미 반영돼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다"며 "서울시 발표 이후 이틀 동안 투자 문의는 거의 없었다. 지금은 더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 상태이고 용산은 그나마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떨어지는 정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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