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로 닥친 경기침체..소비위축에 3분기 전자업종 '먹구름'
LG전자·디스플레이도 대폭 하향.."소비둔화 이어질 것"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각종 악재 여파로 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 기업들의 3분기(7~9월) 영업이익 추정치가 최근 무더기로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발 수요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전자업종 전반이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3분기 매출 컨센서스(추정치)는 지난 5월말 84조3086억원에서 7월말 81조5641억원으로 2조7445억원 낮아졌다. 같은 기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7조3212억원에서 14조6556억원으로 2조6656억원 하향 조정됐다. 2개월 동안 매출 전망치는 3.3%, 영업이익 전망치는 15.4%나 떨어진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매출 컨센서스는 5월말 16조2296억원에서 7월말 15조5773억원으로 6523억원(-4.0%) 하향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4조8482억원에서 4조1018억원으로 7464억원(-15.4%) 떨어졌다.
이같은 컨센서스 하향 조정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스마트폰·IT기기·PC 등의 하반기 판매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으며 제품 소비 둔화가 현실화되자 세트업체들의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 신기록 행진은 4분기만인 지난 2분기에 멈춰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실질적인 수요 위축이라는 상황에 직면했고 하반기 메모리 수요는 당초 예상 대비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반도체 출하량은 작년과 비교해 큰 폭의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역대 신기록에 1747억원 차이로 근접하는 등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3분기 실적 급감이 예상되면서 마냥 웃지는 못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콘퍼런스콜 마무리 발언에서 "사실 오늘은 축하해야 하는 자리인데 하반기 여러가지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운 말들을 많이 했다"며 어두운 분위기를 전했다.
반도체 수요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생산량과 설비투자 규모도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량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며 "내년 설비투자도 상당폭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선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8일 콘퍼런스콜에서 "다양한 매크로 이슈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반도체를) 유연하게 공급하고 단기 설비투자 계획도 여기에 맞춰 탄력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생활가전 업종은 이미 2분기부터 위기 상황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 '집콕' 가전 수요가 줄어든데다 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에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급감한 것이다.
TV가 대표적이다. LG전자 HE(TV) 사업본부는 2분기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 2015년 2분기 이후 28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H&A(가전)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도 5.4%로 지난해 연간 평균(8.1%)보다 2.7%포인트(p) 낮아졌다.
하반기 가전 업종의 전망도 불투명하자 증권사들은 LG전자 실적 전망을 속속 낮추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가운데 소비 심리 위축은 지속되고,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 등 원가 부담까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5월 말 기준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1386억원이었지만 7월 말에는 9800억원으로 1586억원(-13.9%) 하향 조정됐다.
디스플레이 업종의 실적 하향 조정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월 말 3438억원에서 6월 말 2337억원, 7월말 1157억원으로 대폭 낮춰졌다. 두 달 사이에 무려 66.3%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에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디스플레이 업종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고사하고 기존 생산라인부터 정리하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국내 LCD TV 패널 사업을 늦어도 내년 중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고, 2020~2021년에 많이 팔렸던 내구 소비재 위주로 수요 둔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 소비 둔화 사이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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