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유머감각 보였던 故 한승헌의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출간

박태해 2022. 7. 3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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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 탓인지 말이 장황해지고, 한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때도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 그것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네. 자네는 내가 그런 실수와 결례를 하거든 기탄없이 충고해 주기 바라네." 그러자 보좌관이 말했다.

 선생의 유족과 지인들이 선생에 생전에 출간했던 유머책을 재정리해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를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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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 한승헌 / 이지출판 / 1만6000원

“내가 나이 탓인지 말이 장황해지고, 한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때도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 그것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네. 자네는 내가 그런 실수와 결례를 하거든 기탄없이 충고해 주기 바라네.” 그러자 보좌관이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총리님께서 지금까지 네 번이나 그 말씀을 저에게 하셨습니다. ”  ‘어쩔 수 없는 나이’ 부문에서

‘춘향전’의 이몽룡은 의롭고 신의가 있는 남자로 그려져 있는데 과연 그럴까? 이몽룡은 암행어사를 제수받자마자 곧장 전라도 남원으로 직행하는데, 가는 중에 민정시찰은 하나도 안하고 남원에 가서는 자기 애인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변학도를 봉고파직 했다. 이것은 ‘직권남용죄’의 전형적인 사례다. ‘의외성과 통념의 파괴’ 부문에서      

1세대 인권 변호사로 ‘이 시대의 양심’으로 불렸던 한승헌 선생(전 감사원장)이 남긴 선물 같은 유머집이 출간됐다. 선생은 지난 4월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선생의 유족과 지인들이 선생에 생전에 출간했던 유머책을 재정리해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를 세상에 내놓았다. 남다른 유머 감각을 지녔던 선생은 생전에 ‘유머산책’,  ‘유머기행’  ‘유머수첩’을 출간한 바 있다.

선생이 타계한 후 알려진 이야기다. 그의 ‘재담’을 엿볼 수 있다. 2015년 봄, 한 선생이 감기에 걸렸을 때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김삼웅 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와 만났다. 김 대표가 “지난겨울 감기를 아직도 하고 계십니까”라고 묻자 한 전 원장은 “주한미군입니다”라고 답했다. 이해를 못 한 김 대표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자 한 전 원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한 번 들어오면 안 나갑니다.”  한 전 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주의자 아닌가 생각하게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도 그랬는지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한 전 원장은 곧바로 이렇게 부연했다. “그렇다고 저 반미 아닙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한승헌/ 이지출판/ 1만6000원
선생의 유머는 삶 속에서 배어 나온 ‘실제 상황’들이다. 그때문에 폭소보다는 미소를 자아내는,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것들이 많다. 씁쓸하고 우울한 시대상이 담긴 것도 적지 않다. 지난날 잘못된 권력에 저항하여 쓴소리, 바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기나긴 세월 핍박과 고난을 받으며 극복해 오는 과정에서 유머가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유머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원가가 별로 들지 않고 게다가 면세라는 점이다. 유머가 신분이나 소득과는 상관없는 보편적인 지적재산권이니 널리 일상화되고 체질화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선생의 바람이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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