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보다 잘 산다]日석학 "우리가 정체된 사이 韓 강한 경제력 가졌다"
기사내용 요약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명예교수
日칼럼·언론과 인터뷰 등으로 지적
엔화 가치 높여야 한다 거듭 주장
"韓, 日과 대조…산업구조 바꿔 성과"
"韓 여러 지표서 이미 日 제쳤다"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조만간 일본을 역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의 유명 경제학자가 엔화 약세의 부작용을 잡아야 한다며 이 같은 경고를 하고 나섰으나, 일본의 경제 정책에는 변화 조짐이 없어 보인다.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일본 히토쓰바시(一橋) 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24일자 경제지 도요게이자이에 "엔화 약세로 '일본이 한국 보다 가난해졌다' 충격의 사실"이라는 칼럼을 내놓았다.
노구치 교수는 현재 일본 재무성의 전신인 대장성 관료 출신 경제석학이다. 연구 분야는 일본 경제론이다. 정보의 경제이론, 재정위기의 구조 등 저서로 유명하다.
그는 칼럼에서 "급격한 엔화 악세가 진행된 결과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보다 낮아져 미국의 반절 이하가 됐다. 한미와의 임금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숫자 상의 변화 뿐만이 아니다. 일본인이 실제로 가난해지고 일본 산업이 약해지고 있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구치 교수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엔화가 달러당 115엔 정도였으나 7월14일에는 139엔까지 가치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물론 다른 통화도 달러 대비 하락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엔화의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 특정 화폐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실질실효환율(2010년을 100으로 기준점)은 61.77로 1971년과 거의 똑같은 수준이다. 1달러 당 140엔까지 엔저가 지속될 경우 1960년 수준까지 실질실효환율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노구치 교수는 2020년 자국 통화 기준의 1인당 GDP를 가지고, 7월 중순의 환율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한일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1달러 당 가격이 140엔까지 치솟을 경우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 1인당 GDP를 앞선다.
현재는 한국 1달러=1316.35원을 대입한 1인당 GDP는 3만1902달러다. 반면 일본은 1달러=139엔으로 봤을 때, 3만2010달러로 한국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보다 약 2배였다는 게 노구치 교수의 분석이다.
단순히 GDP의 문제 만은 아니다. 임금 수준에서도 한일 역전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2021년의 국가별 임금(자국 통화 기준)은 일본이 444만엔, 한국이 4254만원, 미국이 8만4737달러인데, 달러로 환산하면 일본은 3만1714달러(1달러=140엔 기준)인데, 한국은 3만2316달러다. 노구치 교수는 "임금 관련해선 몇년전부터 한국이 일본을 앞섰는데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또 기업의 시가 총액도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의 톱인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 39위로 2110억 달러"라며 "대만 반도체 제조사 TSMC는 세계 11위로 4339억 달러, 한국의 삼성전자는 세계 25위에서 2991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제시하는 일본의 해결책은 엔화 가치 상승이다.
노구치 교수는 지난 19일자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국의 통화가 저렴해지는 일이 국가에 이익일 리가 없다"며 "일본과 대조적인 것이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1990년대 아시아 통화위기로 원화 가치가 하락해 나라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자국 통화 하락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몸소 경험한 한국은 지금 원화 약세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산업구조를 바꿔대처 했으며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를 부추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 유지를 발표했다. 고물가와 엔저에도 완화 정책을 고수했다.
노구치 교수가 이 같은 경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겐다이 비즈니스에 '일본은 20년 후에는 경제 규모에서 한국에 추월 당한다-그 유감스러운 이유는'이라는 칼럼을 통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임금은 일본보다 높아졌다. 여러 지표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제쳤다"며 그 이유는 90년대 말 경제 위기 대응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은 대학에 충실하며 영어력을 붙여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일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구치 교수는 양국의 임금,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유수 대학의 상황, 영어 능력 등 지표를 들며 G7 회원국 중 일본이 빠지고 한국으로 교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일본보다 풍요로운 나라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됐다. 여러 세계 랭킹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상위다"고 지적했다.
1인당 GDP 면에서도 "20년 후에는 일본이 4만1143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8만894달러가 돼 거의 2배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1980년대 말 버블 붕괴후 일본은 경제 재조정 노력을 하지 않았으나 미국은 기술정보(IT) 혁명, 중국은 발전, 한국은 실력은 키웠다며 "일본은 정체된 상태였을 사이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어째서 이런 일이 돼 버린 것일까?"라며 원인을 대학, 영어 능력 등에서 찾았다.
그는 영국 대학평가기관(Quacquarelli Symonds)의 QS 세계 대학 랭킹 기준 세계 100위 대학에 일본은 5개, 한국은 6개라고 짚었다. 한국의 인구는 일본의 절반 이하기 때문에 인구 기준으로 따져본다면 "한국은 일본의 2배 이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일의 영어 능력은 토플(TOEFL) iBT 기준 한국은 아시아에서 11위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홍콩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29개국 가운데 27위"라고 한탄했다.
노구치 교수는 이런 지표를 바탕으로 1986년 G7이 만들어질 때와 "사태는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일본이 G7의 멤버로서 적절한지 논의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G7에서의 아시아 대표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교체한다는 제안이 나와,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은 지표를 들이받았을 때 일본은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한탄했다.
그는 1990년대 금융 위기 때 한국은 인적 능력 향상 필요성에 눈 떠 "대학을 향상시키고 영어 실력을 붙였다.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그것을 반성해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바꾸려고 지금 노력하고 있는가, 그 후 경제 정책에 반영됐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지금 믿을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디선가 구원의 신이 나타날리 없다"며 "일본인이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인은 어떻게든 눈을 떠주지 않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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