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바이든 지지율 최악.. 11월 '레드 쓰나미' 속수무책 [세계는 지금]

박영준 2022. 7. 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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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美 중간선거 판세
바이든·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
현재로선 상·하원 모두 공화당 우세
36개 주지사 선거서도 불리할 전망
인플레 등 경제 전반 발목 잡힌 바이든
지지율 38%.. 아이젠하워 이래 최저
민주 지지층서도 절대적 신뢰 못 얻어
총기 규제·낙태권 폐지 등 이슈 있지만
40년래 최악 물가상승률은 만회 못 해
이대로면 공화에 '쓰나미급' 패배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간평가인 11월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는 공화당 당색(黨色)인 붉은 물결(Red Wave)이 얼마나 거세게 몰아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통령 4년 임기 중 2년 차에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상·하 양원 의원 및 공직자 선거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도 민주당 소속의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은 물론이고, 2024년 대선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쳐 민주, 공화 양당이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판세는 상원은 공화당의 박빙 우세, 하원은 공화당 우세가 예상된다. 미국은 다음달 4일 연방의회가 휴회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상·하원 의원 주지사 새로 뽑는 대형선거

미국의 중간선거는 11월 첫 번째 월요일이 지난 화요일에 실시된다. 이번에는 11월8일이다.

임기 6년인 상원 100석 중 34석, 임기 2년인 하원 435석 전체, 50개 중 36개 주 주지사, 워싱턴 시장, 46개 주의회 의원, 30개 주 검찰총장 등이 새로 선출된다.

판세를 보면 상·하원 모두에서 현재의 민주당 우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48석,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이 2석, 공화당이 50석으로 민주·공화 양당이 50대 50으로 정확히 양분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찬반 동수일 때 의장결정권한)를 보유해 민주당이 가까스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CNN 방송, 데이터 분석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 등에 따르면 이번에 실시되는 34개 상원 선거구 중 공화당 강세가 16곳, 민주당 강세는 8곳으로 분류된다.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은 4곳,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은 3곳이다. 나머지 경합 지역인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3개 주는 모두 민주당 주지사 지역이어서 수성 입장인 민주당에 불리하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중간선거 후 공화당 51석 대 민주당 49석으로 상원이 공화당에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원 역시 공화당 우세가 점쳐진다. 지금은 하원도 민주당 220석, 공화당 211석, 공석 4석으로 민주당 우위다. 4석은 공석이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강세인 지역을 199석, 공화당 우세지역을 26곳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은 158곳, 우세지역은 38곳으로 분석했다. 공화당 우세지역이 225곳, 민주당 우세지역이 196석으로 경합 지역 14곳의 결과와 상관없이 공화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집권당이나 의회 다수당이 중간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하원에서 40석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하원에서 2010년엔 63석, 2014년에 하원에서 13석을 잃었다. 상원에서는 하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집권당·다수당에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과 2014년 상원에서 각각 6석, 9석을 잃었다.

주지사 선거는 민주당이 현역인 주 16곳, 공화당이 현역인 주 20곳에서 치러진다. 선거 예측 웹사이트 270투윈(towin)은 36개 지역 가운데 민주당은 15석이 우세하고, 공화당은 17석이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경합 주는 네바다, 애리조나, 캔자스, 위스콘신 4곳으로 예상했다. 현재 주지사는 50개 주 가운데 민주당이 22곳, 공화당이 28곳을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이 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고유가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투표권, 총기, 낙태 문제 등 쟁점

미국의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주도하는 이슈는 단연 경제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6월13일∼7월13일 조사, 미국 성인남녀 1459명 대상)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가 경제를 꼽았다. 51% 가운데 32%는 경제 전반, 19%는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수차례 끌어올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까지 시장을 덮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중간선거는 공화당에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경제 다음으로는 투표권 및 선거신뢰라는 응답이 14%로 뒤를 이었다. 지난 대선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정투표로 선거에 패배했다며 선거 불복을 주장하고, 그 여파로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며 논란이 일었던 영향이다. 민주당은 투표권 문제, 공화당은 선거신뢰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총기 정책과 낙태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도 각각 9%, 8%로 집계됐다.

총기 정책은 지난 5월 뉴욕주 버펄로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하고,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로 어린이 19명, 교사 2명 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며 다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로 인한 낙태 이슈 역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줄곧 선거를 통해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면서 중간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총기 규제 정책에 미온적인 공화당을 집중 공격하는 동시에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맞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총기 정책과 낙태 문제 모두 이미 오래전부터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인 만큼 선거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바닥 치는 바이든 지지율에 선거 악영향

무엇보다 바닥을 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최대 악재다.

CNN의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의 지지율이 73%로 지난 4∼5월 조사(86%)보다 13%포인트나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이 일어난다는 신호다.

중간선거를 앞둔 과거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급 최저 수준이다.

마누 라주 CNN 의회 출입기자는 최근 트위터에 대통령 취임 이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6월에서 7월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1953∼1961 재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39%로 두 번째,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42%로 세 번째로 낮았다.

CNN은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를 찾지 못했고, 일부 주요 선거구에서는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기록적 패배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의회 출신의 워싱턴 소식통은 기자와 만나 “지난 미국 대선에서 불확실한 여론조사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역별 여론조사 결과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레드 웨이브가 아니라 레드 쓰나미(津波: 지진해일)가 예상될 정도”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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